광고문의 02-724-7792

위클리

수사권 조정과 새로운 '전관'의 탄생

[the L][서초동살롱]수사권조정, '공룡경찰' '정보경찰' 같은 막연한 문제 말고 현실적 고민하면 의문 가질 수밖에


문무일 검찰총장./ 사진=뉴스1

'검찰 특수부 5개 지검만 남기고 폐지한다.'(2018년 3월13일, 문무일 검찰총장)

'올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설치하고 수사권조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2019년 3월13일, 박상기 법무장관)

문 총장 취임 당시 검찰 내·외부에서는 "검찰이 살려면 특수수사를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파격인사'로 꼽힌 만큼 문 총장이 검찰개혁을 힘차게 추진할 것이라고들 기대했다. 문 총장도 그런 기대를 반영한 듯 검찰 특수수사를 대폭 축소하고, 직접수사를 되도록 하지 않겠다는 개혁안을 밝혔다. 지난해 3월1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업무보고에서였다.

상황은 1년 만에 뒤집혔다. 박 장관은 지난 3월13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공수처 설치와 수사권조정을 앞세웠다. 문 총장이 강조했던 검찰 직접수사 축소는 뒷전으로 밀렸다. 5개 지검을 제외한 나머지 일선 청 특수부는 폐지한다는 내용은 언급도 되지 않았다. 상황은 오히려 정반대였다. 기존 특수부로도 모자라 '사법농단' 의혹과 과거사 수사를 빌미로 전국 검찰청에서 인력이 동원돼 특수수사팀이 꾸려졌다. 특수수사는 어느때보다 집중조명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자 문 총장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며 목소리를 냈다. 7일 출근길에서는 "깊이 있는 국회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어서 다행이고 한편으로는 고맙게 생각한다"며 보다 신중히 논의할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문 총장의 발언을 놓고 여론전을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비판하기에 앞서 그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수사권은 국가가 국민을 잡아 가두고 물건을 빼앗는 행위를 정당화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권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권한을 누가 어떻게 행사하느냐는 것은 국민 기본권에 있어 중요한 문제다.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수사종결권이다. 현재 검사는 기소독점주의에 따라 기소권과 불기소권을 갖는다.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는 기소권이 불기소권보다 더 큰 권한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그렇지 않다. 기소는 지난한 형사절차의 시작일 뿐이다. 불기소 결정을 받으면 형사절차를 더 이상 밟을 필요가 없다. 검찰 수사를 받는 이들이 거금을 들여 검찰 전관 변호사들을 선임하는 것도 최대한 불기소 결정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이번 법안대로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 불기소권을 경찰에 나눠주는 것과 같은 효과가 생긴다. 검사가 경찰의 수사종결 결정을 통제할 수 있는 조문이 있긴 하지만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하루 수십건씩 밀려드는 사건 기록을 검사가 일일이 확인해 문제점을 찾아내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 경찰이 불기소하겠다며 보내온 기록 속에서 문제점을 찾기는 더 힘들다. 그 기록은 불기소 결정을 뒷받침하는 근거들로만 채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사실상 불기소권을 행사하는 상황은 누가 가장 반길까. 경찰은 이런 권한을 활용해 검찰을 견제해보겠다고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도 구속영장을 제대로 칠 줄 몰라 옆 자리 동료에게 대신 쳐달라고 부탁하는 등 역량이 부족한 경찰관이 수두룩하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최근 버닝썬 사건 등을 겪으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런 이들에게 권한을 쥐여준다고 해서 검찰 견제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수사권 조정이 되면 법조계에 몸 담고 있는, 또는 몸 담을 생각이 있는 전·현직 경찰관들에게 새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전과 달리 경찰에서 불기소 결정만 잘 받아내면 검찰까지 갈 필요가 없으니 누구든 경찰과 친밀한 경찰 출신 법조계 관계자들을 찾게 될 것이다. 수요가 늘어날수록 이들의 몸값도 뛸 것이다. 판·검사에 이어 '경찰 전관'들이 법률시장에서 득세할 것이다. 경찰 전관에 빌붙어 '정운호게이트'의 이동찬 같은 경찰 브로커들까지 활개친다면 국민들이 형사사건 처리를 위해 져야 할 부담만 가중될 것이다.

논리 비약이라고 비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경찰 내 인사적체 문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점, 이 때문에 정년을 앞둔 많은 경찰관들이 법률시장 진출을 고민하고 있는 점, 경찰 간부 출신 변호사들이 법률시장에서 벌써부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점,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 자격을 가진 경찰관이 날로 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개연성 없는 이야기도 아니다. 변호사 경찰관 수는 2015년에 100명을 넘어섰다.

'공룡 경찰', '정보 경찰' 같은 막연한 문제가 아닌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그럼 현안과 같은 수사권 조정이 꼭 필요한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그럼 검찰 견제는 어떡할 거냐'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이때 견제받아야 할 검사가 누구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검찰이 정치중립을 지키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런 논란은 대개 특수수사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견제받아야 하는 쪽은 검찰 특수부들이다. 

이에 대해 문 총장이 취임 때부터 5개 청을 제외한 특수부 폐지 등 개혁방안을 냈지만, 그후 이어진 특수수사 사건들에 묻히고 말았다. 파격인사라는 수식어와 함께 손에 쥐었던 개혁 드라이브를 잃고, 정파싸움 속에서 대책없이 다가오는 수사권 조정 법안을 보며 문 총장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그의 당부를 되새겨야 한다.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