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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검찰정치'를 버려야 할 때

[the L]수사권 조정 갈등과 맞물려 불필요한 오해 불러

해외 출장 중 이례적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반대입장을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출국해 당초 오는 9일 귀국할 계획이었던 문 총장은 예정돼 있던 에콰도르 대검 방문일정을 취소하고 이날 귀국했다. 돌연 출장을 중단한 배경엔 패스트트랙 안건 지정에 대한 문 총장의 공개 반대표명 뒤 정치권에서 '검찰 수장의 기득권 지키기' 등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 고려된 면이 있어 보인다. /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KBS 특집 대담 프로그램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검찰에 대한 불신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논의되는 이유에 대해 "검찰이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검찰은 스스로 개혁을 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지금까지 놓쳤다"며 "셀프개혁으로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국민들의 보편적 생각이기에 검찰이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같은 날 법무부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차기 검찰총장 임명 절차를 시작했다. 앞서 2년 임기를 채운 김진태 전 검찰총장보다 20여일 빠른 일정이다. 일각에서는 문무일 총장이 수사권 조정에 '항명'하자 정부가 차기 총장 인선 일정을 앞당겨 버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이같은 정부의 태도가 단순히 현임 검찰총장에 대한 경고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검찰총장이 정부에 쓴소리를 하자 마치 정부가 검찰총장을 갈아치울 수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자연스럽게 차기 검찰총장의 조건이 오르내린다. 정부가 수사권 조정안을 비롯해 현 정권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는' 인사를 원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검찰과 거리두기'를 기조로 내세웠던 이번 정부가 괜히 사지 않아도 될 오해를 사게 된다.

국민들이 검찰 개혁을 지지하는 이유는 정치권력에 적극 부응해 검찰의 기득권을 지켜낸 '정치검찰'의 고리를 끊어내길 원해서다. 문재인정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이루려고 하는 검찰 개혁 역시 '정치검찰'을 제도적으로 혁파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검찰 개혁만큼 검찰 수장이 검찰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국민들은 '정치검찰'을 벗어던질 검찰개혁 만큼 검찰 스스로 정치 권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검찰개혁 또한 원한다.

검찰 출신 한 정치인은 "결국 검찰 역시 공무원이다.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종속돼있고 최종적으로 대통령 권력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를 정치에 이용하는 '검찰정치'가 검찰을 병들게 하는 것"이라는 세간의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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