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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징용피해자 구제 위한 '마중물' 되고자 한 소송"

[대한민국 법무대상 수상자 인터뷰] 법무법인 해마루 김세은 변호사

김세은 변호사/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해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전범기업 일본제철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피해자들은 1941~1943년 신일철주금의 전신인 일본제철에 끌려가 노역에 시달렸으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 2005년 2월 처음 소송을 내고 13년 8개월이 지나서야 손해배상청구권을 최종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동안 소송 당사자 4명 중 3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징용 피해자들의 '위자료 청구권'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청구권협정은 당시 국교 정상화와 전후 보상문제 해결을 위해 두 정부 사이에 체결된 조약이다. 대법원은 "당시 협상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강제동원 피해의 법적 배상을 원천적으로 부인한 이상 강제 동원으로 인한 피고들의 '위자료청구권'이 청구권 협정의 적용대상에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범기업에 대해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물은 판결은 처음이었다. 역사적인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끌어 낸 법무법인 해마루가 '2019 대한민국 법무대상' 송무대상을 수상했다. 2017년 5월부터 대리인단에 참여한 김세은 변호사(33·변호사시험 3회)를 만났다.

◇14년간 무료 소송…해마루가 이끈 '일제 식민지배 위법' 판결

법무법인 해마루는 일제시기 강제동원 사건, 인혁당 재심 시건, 간첩조작 사건 국가배상소송 등 역사적 사건을 다수 수행한 법무법인이다. 2005년 소송 제기 당시부터 피해자들을 대리한 강제징용 소송 역시 해마루의 '과업' 중 하나였다. 수임료는 무료였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장인 장완익 변호사,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행정관인 김미경 변호사 등이 당시 소송을 이끌었다. 해마루는 후지코시와 미쯔비시 등 다른 전범기업들에 대한 징용 피해자들의 소송도 무상 대리하고 있다.

소송은 1심, 2심에서 연이어 패소했다. 2012년 대법원에서 징용피해자들 승소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최초의 승리를 거뒀다. 고등법원에 다시 내려갔다 최종적으로 다시 대법원에서 판결이 났다. 대법원에 사건이 다시 올라온 건 2012년이었지만 6년이 지나도록 선고가 날 기미가 없었다. 

김 변호사가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최근의 일이었다. '이런 것을 알고 있었느냐'며 검사가 내민 문건엔 '강제징용 소송'이 사법부와 정권 사이의 거래 대상으로 적시돼 있었다.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강제징용 재판의 선고를 지연시키는 '대가'로 정부로부터 법관 해외 파견 자리 등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선고 직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안도감'이었어요. 다들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했지만 걱정을 안할 수가 없었어요. 전원합의체니까 다시 결론이 바뀔 수 있는 거잖아요. 검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서 법원이 작성한 '그 서류'를 직접 본 이후 너무 불안했고, 불공정한 재판이 시나리오대로 진행돼서 억울한 사람이 두 번 울게 되면 어떡하나. 밤에 잠이 안 왔어요."

김 변호사는 문건을 본 후 소송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한 얘기였다"며 "대법원, 외교부, 청와대. 우리(피해자들)는 거기서 쏙 빠져 있는데, 가장 아는 것이 없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소송이 어떻게 됐느냐, 죽기 전에 판결 받을 수 있을까 하고 여쭤보시는데, 그 상황에서 결과가 잘못되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생각조차 못하겠더라"고 말했다.

김세은 변호사 /사진=김휘선기자

◇일제 징용피해 '회복의 마중물' 되고자 시작한 소송, 13년만의 결실

"이 소송은 '마중물'이 되고자 했던 소송이었습니다. 먼저 4~5명이 소송을 내서, 결과를 얻어내면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던…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지만요. 보통 소송은 선고가 나면 변호사로서 할 일이 끝나는 것이지만 이 소송은 예외였죠. 생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타국 정부에 대한 협의요청도 해 봤네요."

'마중물'의 효과는 있었다. 대법원 판결이 나자 해마루에 추가 소송 문의가 다수 들어왔다. 해마루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의 조력을 구했다. 민변은 현재도 서울과 광주 지역에서 접수처를 마련해 피해자(원고)를 모집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변호사는 '스스로 한 일이 많지 않다'고 겸손해했다. 늘 공익변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주 옛날' 일들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김 변호사는 "늘 들고 나는 변호사들보다, 김상업 사무국장님을 비롯해 해마루 직원분들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사건"이라며 공을 돌렸다.

다만 김 변호사는 선을 긋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강제징용 사건이) 외교부, 정부의 현안에서는 많이 밀려있는 것 같다. 다만 개인의 피해를 묻어두어서 유지되는 한일관계가 맞는지. 나라끼리 사이좋게 지내자고 개인이 판결까지 받은 상황에서. 권리실현을 멈춰야 하는 것이 옳은지는…"

김 변호사가 참여하고 있는 강제징용 피해자 대리인단은 이달 초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에 대해 강제경매 신청을 했다. 일본제철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회사 피엔알의 주식 19만4794주(9억7400만원 상당)에 대해서였다. 일본 전범기업 국내자산 매각절차가 처음으로 시작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판결, 압류 결정 등에 대해 "일본 기업에 피해가 나오면 대항조치를 취할 방침"이라며 환가절차 실행 여부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한국 정부와 일본 정부가 서로 나설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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