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법 뉴스

헤어진 연인에 휘발유 뿌리고 불까지…버스 운전 중 방화, 업무상 재해일까

[the L] 재판부 "개인적 원한에 따른 범행…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어"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헤어진 연인의 테러로 버스 운전 도중 화상을 입어 합병증으로 숨졌다면 이는 업무상 재해일까. 숨진 운전기사의 유족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버스기사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소 패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버스기사 A씨와 동거를 하다 헤어진 B씨는 2017년 3월 A씨가 운전하고 있는 버스에 올라탔다. B씨는 헤어진 후 대화를 하자며 여러 차례 A씨를 찾아왔지만 A씨는 응하지 않았다. 종착역인 버스 차고지의 50m 전방 부근에서 둘만 남게 되자 B씨는 A씨에게 "한 시간만 진지하게 대화를 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운전 중이었던 A씨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자 B씨는 준비해둔 휘발유를 A씨 전신에 쏟아부은 뒤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화상을 입은 한 달 뒤 A씨는 이 사고로 인한 합병증으로 숨졌다.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A씨 유족은 이에 불복해 두 차례의 심사 청구를 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에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이 사건 범행이 업무 자체에 내재돼 있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 돼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사업주가 A씨에게 제공한 버스 운전석에 탈출구가 없었고 보호격벽이 완전하게 마련되지 않아 결함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혹은 사업주가 제공한 시설물의 결함 혹은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사고'로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그러나 B씨의 범행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가해자 B씨는 A씨가 자신과 헤어진 뒤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를 살해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후 실행했다"며 "A씨는 B씨의 개인적 원한에 따른 범행으로 인해 사망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 범행이 버스기사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되는 위험이 현실화 돼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에서 가해자는 A씨가 운전하는 버스 오른쪽 뒤편에 앉아 있다 기습적으로 다가와 운전석 앞부분과 A씨에게 휘발유를 뿌려 불을 붙였다"며 "운전석에 탈출구가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고 해도 방화행위로 인한 사망을 막을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이어 "사업주에게 이 사건 범행을 예견해 운전자를 보호할 수 있을 정도의 시설을 갖출 것을 요구하기는 어렵고 일반적인 수준의 위험을 대처함에 있어 당시 버스에 설치돼 있던 격벽시설 수준만으로 부족함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