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개인

[친절한 판례씨]질병? 문화? '게임'이 뭐길래

[the L]'게임=질병' 논란, 게임의 정의부터 따져봐야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을 '게임장애'로 규정하면서 게임을 질병으로 봐야 하는지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게임업계는 게임은 영화, 드라마 같은 문화콘텐츠일 뿐이라며 문화콘텐츠를 질병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반대 편에서는 알코올 중독처럼 본인과 타인에게 피해를 줄 정도로 심각한 경우라면 게임도 질병으로 보고 치료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이 논란을 해결하려면 여기서 말하는 게임이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정의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무엇이 게임인지 잘 아는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인터넷 화투 게임에 빠져 사는 A씨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씨는 화투 게임을 하느라 출근도 하지 않고 가족도 등한시한다. 그리고 실제 화투에 빠져 사는 B씨와 C씨를 생각해보자. 두 사람도 A씨와 마찬가지로 화투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여기서 B씨와 C씨가 금품을 걸고 화투를 하면 도박죄가 될 가능성이 있으니 아무 가치도 없는 돌멩이를 갖고 화투를 친다고 하자. B씨와 C씨는 그저 재미로 화투를 치기 때문에 게임에서 졌다고 해서 싸우거나 돌멩이를 빼앗지 않는다.

아직 그렇게 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도 게임을 질병으로 분류했다고 하자. 그럼 국가는 A씨가 인터넷 화투 게임에서 헤어나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다. 셧다운제 같은 강제에 가까운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다. 반면 B씨와 C씨에 대해 국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을 것이다. 순전히 재미를 위해 둘이서 아무 가치도 없는 돌멩이를 걸고 하는 놀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도박 때문에 싸울 일도 없다고 했으니 두 사람이 도박 때문에 다른 죄를 지을 일도 없다. 

그런데 A씨가 하는 게임은 B씨와 C씨가 하는 화투를 컴퓨터 또는 핸드폰으로 옮겨놓은 것일 뿐이다. 세 사람 모두 똑같이 화투를 치는데 A씨는 컴퓨터나 핸드폰을 이용했다는 이유로 조치대상이 되고, B씨와 C씨는 조치대상이 되지 않는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다. 이는 게임이 무엇인지, 게임 중에서도 어떤 게임을 제재 대상으로 삼을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약 20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문구점 앞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 초콜릿볼 과자가 몇 개 나오고 게임이 작동되는 '초코볼 자동판매기'를 게임기 규율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된 사건(99도2630)이었다.

A씨와 B씨는 동네 문구점에서 불법 게임장 영업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게임장 영업을 하려면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했고, 허가를 받으려면 ROM(Read-Only-Memory) 기억소자가 장착된 게임기만을 들여놔야 했다. ROM 기억소자가 장착된 게임기로 미리 입력된 게임만 할 수 있었다. 문제의 초콜릿볼 판매기는 ROM 기억소자가 아닌 가정용 홈팩이 장착돼 있었다. 

1심은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공중위생법은 ROM 기억소자가 장착된 게임기에 대한 규율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 법을 다른 게임기 영업까지 확대 적용해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2심 재판부는 "다른 기억소자를 사용하는 전자비디오 오락기구는 공중위생법 규율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용마저도 금지되는 것"이라며 "가정용 홈팩을 내장한 기구라 하더라도 영업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규율대상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봤다.

이어 "따라서 초코볼 판매기를 설치해 컴퓨터게임장 영업을 한 A씨, B씨 행위는 무허가 영업에 해당하므로 1심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2심은 두 사람에 대해 각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페이스북 공유트위터 공유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