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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법인세와 관세 사이의 모순, 다국적기업은 어떡하나

[the L] 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관세청은 대략 5년에 한번씩 실시하는 관세심사를 통해 다국적기업이 국외특수관계기업으로부터 수입하는 물품의 가격(이전가격)에 대해 관세법 소정의 과세가격으로서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하고, 국세청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다국적기업의 수입물품의 이전가격에 대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소정의 정상가격 여부를 심사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동일한 다국적기업의 이전가격에 대하여, 관세청은 그 가격이 시가 보다 낮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이를 부인하고 높은 과세가격을 결정하여 관세를 부과하려는 입장인 반면, 국세청은 반대로 그 가격이 시가 보다 높을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로 이를 부인하고 낮은 정상가격을 결정하여 법인세를 부과하려는 입장에 있다.

이와 같은 관세청과 국세청의 이전가격에 대한 입장차이는 두 기관의 역할과 기능이 다르고, 관세와 법인세의 과세방식 차이에서 발생하는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으나, 납세자인 다국적기업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이전가격에 대해 한 나라의 과세권을 양분하고 있는 관세청과 국세청으로부터 양면 공격을 받는 셈이 된다.

그래서 실무상으로는 관세청과 국세청의 이전가격에 대한 입장 내지 접근방식의 차이에 대해, 과세당국이 다국적기업의 이전가격을 ‘스퀴즈(squeeze)’ 한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다국적기업에 대한 이전가격 스퀴즈에 대해, 이론상 다국적기업으로서는 관세청의 이전가격 부인으로 추가적으로 관세를 부담한 경우 그 관세상당액은 추가 납부의무 발생 당시 사업연도의 손금에 산입되어 법인세 감액을 받을 수 있고, 반대로 국세청의 이전가격 부인으로 추가적으로 법인세를 부담한 경우에는 관세법상 과세가격 인하로 인한 관세 감액을 받을 수 있으므로 다국적기업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 보인다.

법률상으로도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은 ‘관세청이 이전가격보다 높은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경우 국세청에 법인세 등 감액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두고 있고(제10조의2), 관세법 역시 ‘국세청이 이전가격보다 낮은 과세가격을 결정하는 경우 관세청에 관세 등 감액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해 두고 있다(제38조의4).

이처럼 관세 ‘과세가격’과 국세 ‘정상가격’간 불일치 문제로 인해 다국적기업이 손해를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이론적, 법률적 근거는 마련되어 있으나, 현실적으로 다국적기업이 구제를 받기는 매우 힘들다.

그 이유는 실무상으로 관세청과 국세청이 사용하는 이전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방법을 서로 다른 법률에 각각 규정을 두고 있는데 비롯된다. 관세청이 사용하는 관세 ‘과세가격’ 결정방법은 관세법 제30조 내지 제35조에, 국세청이 사용하는 국세의 ‘정상가격’ 산출방법은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5조에 각각 규정되어 있다.

양자는 그 실질에 있어서는 크게 차이가 없으나, 형식이나 용어상 차이가 있다. 때문에 관세 ‘과세가격’과 국세 ‘정상가격’간 불일치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지금까지 조세심판원이나 법원에서 문제된 사건들도 하나같이 다국적기업의 경정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관세 ‘과세가격’이나 국세의 ‘정상가격’은 모두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거래에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의 가격인지를 문제 삼는 것으로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본다. 따라서 다국적기업의 동일한 이전가격을 두고 관세의 과세가격으로 인정될 수 있는 지와 국세의 정상가격으로 볼 수 있는지를 달리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는 다국적기업의 조세위험 예측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다국적기업의 국내진출과 투자의 장애요인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에 관세청은 최근 관세의 ‘과세가격’과 국세의 ‘정상가격’간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재정부 및 국세청과 협업을 추진하는 등 다각도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관세청과 국세청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해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으로서는 당분간 현행 제도 하에서 조세위험 발생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 중 하나로 국세청에 대한 정상가격 산출방법 사전승인(APA : Advance Pricing Agreement)과 관세청에 대한 관세 과세가격 결정방법 사전심사(ACVA : Advance Customs Valuation Arrangement)를 동시에 신청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제6조의3)과 관세법(제37조의2)에 모두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데, 최근 다국적기업의 신청률이 높아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법무법인(유) 화우의 정재웅 변호사는 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 주요 업무 분야다. 그 동안 법인세, 부가가치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관세 등 전 세목에 걸쳐 다수의 조세쟁송과 자문사건을 수행했다. 강남세무서, 서대문세무서 등에서 외부위원으로 활동했고, 현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세법률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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