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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매크로' 적발로 날아간 5000만원짜리 리니지 게임계정…소송 결말은

[백인성의 주말법률사무소]리니지 이용자 "매크로 검출 시스템 신빙성 못 믿어…아이템이라도 옮겨달라" 법원 "NO"


게임 계정을 '복구'해달라는 분쟁은 생각보다 종종 일어납니다. 지갑을 열어 캐릭터를 내 몸보다 애지중지 키워놨는데 한순간에 계정이 막혀버렸다면, 세상을 잃은 기분이 아닐까요. 하지만 실제 소송에까지 이어지는 일은 그렇게 많지 않은데요. 정지된 계정 가치가 약 5000만원으로 추산된다면 어떨까요?

수천만원의 가치가 있는 계정이 '매크로'를 썼다는 이유에서 영구 정지됐는데, 게임사의 이같은 조치를 참지 못한 이용자가 결국 소송을 걸었습니다. 결국 판결까지 가게 된 해당 사건을 소개해드립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7민사부(부장판사 오권철)는 온라인게임 '리니지' 이용자 A씨가 게임 운영사인 엔씨소프트를 상대로 낸 게임계정복구 청구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리니지는 엔씨소프트가 1998년부터 운영해온 PC 기반의 고전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역할수행게임:RPG)입니다.

판결 기초사실을 종합하면, A씨는 지난 2009년부터 리니지에 빠졌습니다. 게임 이용자는 리니지를 이용하기 위해 계정을 만든 다음, 계정 안에 자신이 선택한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A씨는 'tlar*****'이라는 아이디(이하 '본계정')와 'tlar***@naver.com'이라는 이메일 계정(이하 '부계정'), 총 두 개의 계정에서 각각 캐릭터를 키워 왔습니다.

리니지 게임의 캐릭터는 가상공간 속에서 '몬스터' 사냥을 통해 경험치를 얻어 레벨을 상승시키고, 검, 창 등의 무기와 갑옷, 방패 등 방어구, 반지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 등의 아이템과 게임 내 화폐를 획득해 성장하게 됩니다. 이 캐릭터들은 게임의 레벨, 아이템의 양과 질, 게임내 화폐 보유량에 따라 다른 캐릭터들과 능력이 비교 평가되는 터라, 자연스럽게 이용자는 게임 내에서 경험치와 아이템, 게임내 화폐를 얻을 수 있는 몬스터 사냥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계정 '매크로' 38차례 사용 흔적…영구 정지당하자 소송 내

문제는 A씨의 계정에서 소위 '비인가 프로그램'이라 부르는 '매크로'를 사용한 흔적이 적발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매크로란 게임 내에서 이용자가 키보드나 마우스로 직접 조작하는 행위를 기계적·자동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거나,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이를테면 이용자가 조종하지 않아도 캐릭터가 게임 내에 가까이 있는 몬스터에게 접근해 몬스터를 사냥하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토록 하는 것입니다. 캐릭터가 비정상적으로 단기간 내에 많은 경험치와 아이템을 취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자동사냥 프로그램' 등도 매크로의 일종입니다.

그 동안 엔씨소프트는 매크로가 게임 내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보고 매크로 사용자를 적발하기 위한 자동감지시스템 'NCGAURD 922'를 개발해 활용해 왔는데요. 이 시스템은 1단계로 이용자의 게임 프로그램의 다양한 상태정보(사용자의 게임프로그램 프로세스가 현재 활성화돼있는지, 사람이 조작하지 않았음에도 조작한 것으로 보이는 명령이 서버로 전달됐는지 등)를 분석하고, 2단계 로봇 탐지 프로그램에서 탐지된 내역을 대조하고, 3단계로 서버 차원에서 게임플레이를 분석해 매크로 사용 여부를 가린다고 합니다.

엔씨소프트는 A씨의 본계정과 부계정에서 2018년 8월 11일부터 13일까지 38회에 걸쳐 매크로가 사용된 기록을 찾아냈고, 해당 계정들에 대한 영구적인 이용제한조치를 취했습니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게임 이용약관에 "매크로를 쓴 것으로 적발된 이용자에 대해 '통합계정 영구 이용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요. 이는 리니지 서비스뿐 아니라 계정, 웹서비스 등 엔씨소프트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의 이용을 영원히 제한하는 조치입니다. 사실상 계정에 대한 사형 선고라고 보면 됩니다.

갑자기 게임을 할 수 없게 된 A씨는 격분했습니다. 그는 서울중앙지법에 운영사의 제재조치가 부당하다며 '리니지 게임 계정을 복구해달라'는 소송을 냈습니다.

◇이용자 "매크로 검출 시스템 믿을 수 없다…약관 불공정"

법정에서 A씨는 자신이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친구에게 부계정을 빌려준 것이고, 부계정에서 매크로가 쓰인 사실은 있지만 본계정에서 매크로를 사용한 사실이 없다"며 "계정의 게임 내용과 1000만원 이상의 투자금액, 5000만원 이상의 계정가치 등을 감안하면 매크로를 쓸 이유도 없다. 또 오류가능성이 있는 시스템에 의해 검출된 본계정의 매크로 사용기록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아울러 "엔씨소프트는 2012년 운영정책상의 '매크로 사용시 경징계' 규정을 없애고 이후 매크로 사용이 적발된 경우 이용자 계정을 무조건 영구제한하도록 바뀌었는데, 이러한 변경은 '중요한 내용의 변경'으로 약관규제법상 명시·설명의무 대상"이라며 "이를 설명하지 않은 이상 현행 이용약관과 운영정책은 A씨에게 적용되지 않고, 2012년 당시 약관과 운영정책에 따라 1차 경고 혹은 10일의 계정사용 정지조치만을 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또 "사전 경고 없이 시스템 확인 결과만으로 계정 영구 이용제한을 하고, 1대의 PC로 동시에 여러 계정을 이용하면서 매크로를 쓴 경우 해당 시점에 접속한 모든 계정에 영구 이용제한 조치를 하는 정책은 이용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해 무효"라고도 주장했습니다.

A씨는 마지막으로 "설사 제재가 정당하다 하더라도, 매크로 사용에 대해 계정의 영구이용 제한만 표시돼 있을 뿐 계정의 모든 아이템을 몰수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으므로 계정에 있는 아이템을 원고의 다른 계정으로 이전해달라"는 주장도 폈습니다.

◇법원 "계정 영구제한조치 정당…아이템 안 옮겨줘도 돼"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우선 본계정에 영구 이용제한을 한 건 정당하다고 결론냈습니다. 법원은 "A씨는 자동감지시스템의 신빙성을 믿기 어렵다는 것인데, 시스템 탐지 결과 본계정에서 38회에 걸쳐 매크로가 사용된 로그기록이 나타난 사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해킹대응기술연구실이 2015년 해당 시스템 검증 결과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매크로를 사용했다는 '오탐'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소견을 밝혔다"며 "따라서 영구이용제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엔씨소프트가 이용약관과 운영정책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약관과 운영정책 변경시마다 홈페이지에 사전 공지한 점 △불리한 변경 내용은 한 달 전에 내용을 안내한 점 △2007년부터 게임 이용자가 접속할 때마다 이용자 동의서를 화면에 띄워 이에 동의한 경우에만 게임을 이용하도록 해온 점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매크로 사용에 대한 제재 약관이 소비자에게 불공정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매크로에 의해 조종되는 캐릭터들은 게임 내에서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주요 사냥터를 독점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크로를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들의 게임을 방해하고, 흥미를 잃고 이용을 중단시키고 있다"며 "매크로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시간에 많은 아이템을 수집해 현금거래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이어 "매크로는 컴퓨터에 다운로드받아 놓으면 계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이용자의 어느 계정이 이용중지를 당하더라도 다른 계정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계정으로 매크로를 계속 사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계정별 제재만으론 한계가 있어 이용자의 모든 계정 이용제한 및 신규계정 생성금지와 같은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법원은 따라서 "위와 같은 사유에서 매크로 사용에 대한 제재내용에 사전경고 없이 계정이용제한처분을 하고, 1대의 PC로 동시에 여러 계정을 이용하면서 매크로를 사용한 경우 해당 시점에 접속한 모든 계정을 영구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서 게임이용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 기대에 부합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하긴 곤란하고, 불공정 약관으로 무효라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또 "이용제한제재를 할 경우 회사 운영정책에 '아이템도 삭제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게임사가 다른 계정으로 아이템을 이전해줄 의무도 없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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