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 대한 세무사 및 세무대리 등록신청을 반려한 당국의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최익구 변호사(36·변호사시험 2회)가 서울지방국세청(이하 서울청)을 상대로 낸 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21일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7월 서울청에 세무사 및 세무대리 등록을 신청했으나 같은 달 서울청은 신청서를 그대로 반송하는 방법으로 등록거부 처분을 했다. 법원은 이같은 처분이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변호사 단체도 이같은 판결에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대한변협(협회장 이찬희)은 이날 보도자료와 회원들에게 보낸 서신 등을 통해 "변호사는 법에 따라 당연히 세무사 자격이 있음에도 그간 지방국세청장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인 등록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식으로 변호사의 세무기장 등 세무대리 업무 수행을 방해해왔다"며 "이에 따라 변호사는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 변협은 수차례 세무 당국에 근거없는 세무대리 업무 방해 행위를 중단하라고 항의했다"고 밝혔다.

변협은 또 "세무당국의 의견과 달리 '등록번호 부여'는 새로운 자격을 부여하는 창설적 효력이 있는 게 아니라 세무대리인들을 관리하기 위한 행정절차일 뿐"이라며 "세무사·공인회계사와 더불어 법에 의해 세무대리인 자격이 부여돼 있는 변호사에게만 등록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위법함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에게 기장(세무 관련 장부정리) 대리의 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최 변호사를 대리해 변명섭 변호사(36·변시 3회)가 소송을 맡아 진행했다. 세무부문 전문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협 세무변호사회(회장 백승재 변호사)도 이번 소송에 힘을 더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