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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검사가 증거를 숨길 때

[the L]


1984년 뉴올리언스의 유명 사업가 아들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피의자는 흑인 존 톰슨이었다. 신문에 난 톰슨의 사진을 본 또 다른 차량 강도 피해자들은 톰슨이 범인이라고 생각했고, 경찰에 신고했다. 톰슨은 이제 살인과 차량 강도, 두 혐의를 함께 받게 됐다.

검사는 두 갈래 사건을 동시에 조사했다. 차량 강도 혐의의 유죄 판결을 받아낸 후 이를 발판으로 살인 혐의에서 유죄를 받아내겠다는 전략이었다. 톰슨은 차량 강도 사건에서 가석방 없는 49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는 살인 사건 재판에서 검찰의 승리의 발판이 됐다. 톰슨은 사형을 언도받았다.

문제는 검사가 차량 강도 사건에서 피고에게 유리한 증거를 공판정에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이 사건에서 범인은 부상을 입어 바지에 피를 흘렸고, 과학수사대는 피묻은 천 조각을 수거해 범인의 혈액형을 밝혀냈다. 보고서는 검사에게만 전달됐고, 톰슨의 변호사는 이를 알지 못했다. 검사는 재판 첫날 증거 보관실에서 천 조각을 반출했고 돌려주지 않았다. 사립 탐정이 이를 찾아내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톰슨은 이미 18년간 복역한 뒤였다.

2010년 일본 오사카(大阪)지검 특수부 주임검사 마에다 쓰네히코 사례도 있다. 그는 '후생노동성 국장이 장애인단체에 허위 증명서를 만들어주라고 지시했다'는 검찰 기소 내용에 들어맞도록 압수한 플로피디스크 데이터의 작성일자를 수정했다. 특수부장과 부부장은 가공의 사건 시나리오로 고위 공무원을 구속하기 위해 증거를 시나리오에 억지로 끼워 맞춘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혐의로 체포됐다. 검사가 증거를 숨긴 것을 넘어 조작까지 한 사례다.

그렇다면 우리 나라에서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사실상 아무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 현행법은 검사가 해당 증거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증거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공개하지 않은 증거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인 경우다. 이 경우엔 검사가 증거신청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건 아무런 효과가 없다.

향후 검사가 피고인의 열람·등사권 등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을 경우, 법원이 재판상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하는 효율적인 제재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이 발의됐다. 검찰은 아직도 변호사들이 요청한 수사기록 열람·등사·교부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법원의 허가가 있더라도 마찬가지다. 국내서도 해외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백인성 / 사진=백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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