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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미꾼’을 아시나요…'온라인 암표' 근절 왜 안 되나

[the L]문화산업발전 저해·사기 위험 커…관련 규제 입법 필요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중고등학교 시절에 한 아이돌 그룹을 좋아했던 A씨. 그들이 해체한 후에는 잠시 잊고 인생을 살아왔는데, 이들이 다시 뭉친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급하게 콘서트 티켓을 구하기 위해 티켓팅에 뛰어들었지만 좋은 자리는 이미 매진이었다. A씨는 어떻게든 티켓을 구하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다 10만원짜리 티켓을 50만원에 팔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게 됐다.

온라인에서 유명 공연이나 콘서트의 티켓팅이 끝난 후 실제 가격보다 높게 프리미엄(플미)을 붙여 티켓을 되파는 ‘플미꾼’들이 등장해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도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관련 행위를 금지한다고 공지를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 제재하기란 쉽지 않다. 

오는 8월 첫공연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의 경우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의 멤버 ‘황민현’이 나와 많은 팬들이 티켓을 구하기 위해 몰렸다. 지난달 18일 티켓팅이 끝나자마자 티켓 판매 사이트 등에서는 해당 뮤지컬의 좋은 자리 티켓을 50만원에 판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뮤지컬의 가장 비싼 티켓은 주말 VIP석 기준 15만원이다. 순식간에 정가의 3배 넘는 가격이 책정돼 35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콘서트나 뮤지컬 뿐 아니다. 인기 영화의 경우 이른바 좋은 영화관의 명당 자리를 미리 예매하고 차액을 붙여 다시 되파는 경우도 많다. 최근 개봉한 알라딘의 경우 4DX(의자가 영화 내용에 맞춰 흔들리고 물이나 바람 등의 효과가 포함됨)관이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암표상이 성행했다. 
 
티켓 가격을 적어두는 경우는 양반이다. '제시'라고 써 있는 경우엔 '네가 먼저 가격을 불러보라'는 뜻이다. 사려는 사람들 사이에 경매를 붙여 좀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플미꾼들의 수법이다. 더 큰 이익을 위해서라면 티켓 거래를 약속하고도 거파(거래를 파기)하고 더 높은 가격을 부르는 사람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이렇게 몇 번의 클릭으로 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자 새로운 업계가 생겨났다. 플미꾼은 물론이고 티켓팅을 돈 받고 대신 해주는 대리티켓팅(댈티), 티켓팅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크로(단순반복적 작업을 자동으로 프로그램화해 처리하는 소프트웨어)’ 판매 등이다. 

이러한 온라인 암표로 인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받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이런 프리미엄으로 인해 생기는 수익은 정작 해당 공연을 만들거나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 좋은 공연을 만든 제작사들이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깨뜨리고 관련 문화의 발전을 막는다. 

티켓을 구하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암표를 구입하려다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입금만 받고 잠적하거나 티켓을 보내주지만 위조된 티켓이거나 가짜 티켓인 경우다. 또 뮤지컬이나 공연 등의 티켓은 당일 행사장에서 수령하도록 돼 있는 곳들이 많다. 이를 악용해 입금만 받고 잠적하거나 잘못된 티켓 수령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온라인 암표를 막기 위해 관련 업계에서도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티켓을 줄 때 신분증 검사를 하거나 티켓을 받아 다시 팔 수 없도록 손목에 팔찌를 채워주는 등 여러 대안이 나온다. 본인인지 의심되면 여러 개인 정보를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실제로 공연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불편함이 가중되는 게 문제다. 관련해 최근 있었던 ‘방탄소년단’의 팬미팅에서는 기획사 측과 팬들의 충돌이 생기기도 했다. 추가적인 정보 확인을 위해 입장 시간이 길어지면 공연 시작시간이 늦어지거나 공연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진다. 모든 공연에서 이처럼 신분증 검사와 팔찌 준비 등을 한다는 것 역시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러한 온라인 암표상들을 규제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이 없는 것도 큰 문제다. 현재 암표상을 처벌하는 관련 법률로는 경범죄처벌법이 있다. 암표매매의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처벌 대상을 ‘흥행장, 경기장 등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시키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등을 다른 사람에게 되판 사람’으로 한정하고 있어서 온라인으로 티켓을 주고 받는 경우는 처벌의 대상이 아니다. 

온라인 암표상을 규제하기 위한 입법 시도도 꾸준히 있어왔다. 지난 6월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등은 관련 공연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머물러 있다. 이 개정안에선 온라인에서 공연 입장권이나 관람권을 자신이 구매한 가격보다 비싸게 타인에게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입법이 이뤄지지는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경찰 등 단속기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경찰은 지난 5월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대량 구매 및 재판매 행위에 대해 본격적으로 단속하겠다며 나섰다. 경찰은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행위' 및 '티켓 판매 사이트 서버에 장애를 일으키는 행위'는 해당 티켓 관련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며 ‘업무방해죄’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형법에 규정돼 있는 업무방해죄는 최고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경찰이 단속을 통해 온라인 암표상에 대한 최종 유죄 판결까지 이끌어내게 되면 관련 업계에는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가 이상의 티켓 판매를 허용하고 있는 티켓 매매 관련 사이트들도 일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불법으로 확실히 낙인 찍히게 되면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의 자정 작용도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이필우 변호사(입법발전소)는 “매크로를 이용한 티켓 매입 및 암표판매행위는 엄연한 범죄”라며 “또한 공연 문화에 많은 해악을 가져오기때문에 문화산업발전을 위해서도 암표는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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