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발생한 서해대교 29중 연쇄추돌사고 관련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뒤따른 사고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또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2012년 8월 서해대교 참사 당시 운전자 김모 씨의 보험회사인 동부화재가 최초 사고차량 운전자 이모씨의 보험사인 LIG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이씨는 후행사고의 책임이 있다"며 원고 승소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2018다 226015).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서해대교 연쇄추돌사고 당시 1차로에서 걸어가던 조모씨에게 상해를 입힌 차량의 보험자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가 최초 사고차량 운전자들의 보험자들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에 돌려보냈다고 19일 밝혔다.
참사 당시 조씨는 화재가 발생한 후 차에서 내려 3차로 쪽에서 1차로로 걸어가던 중 카캐리어 트랙터 차량에 발이 깔린 뒤 골반골절, 우측 하지절단 등의 상해를 입었다. 조씨가 당한 사고는 추돌 1~4차 사고 이후에 발생했다. 선행 사고들은 2, 3차로에서 났고 이후 조씨는 1차로에서 다쳤다.
조씨에게 상해를 입힌 차량의 보험자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조씨에게 1억9200여만원을 배상한 뒤 2차로에서 연쇄추돌 사고를 낸 차량들의 보험자들(KB손해보험,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악사손해보험)에게도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져야한다며 소송을 냈다.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최초 사고 운전자들이 도로고툥법에서 정한 후속 안전조치를 전혀 이행하지 않은 중과실을 범했다며 KB손해보험에 4800만여원,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악사손해보험엔 각 2884만여원의 금액을 청구했다.
1심 법원은 "선행사고와 후행사고 간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최초 사고차량 운전자들은 사고 차량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거나 고장 등 경우의 표시를 설치하는 등의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면서도 선행사고와 후행사고는 별개라고 판단했다.
2심 법원도 원고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 법원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 2심 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최초 사고 차량의 운전자가 안전조치 없이 멈춰선 행위는 연이은 추돌사고의 원인이 됐다"며 "선행사고를 일으킨 운전자에게 후행 추돌사고에 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당시 서해안고속도로는 안개가 짙게 껴있었던 점을 토대로 최초 사고 운전자가 본인의 과실로 인한 후행 사고 발생 가능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다른 운전자들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인과관계 있기 때문에 공동불법행위자로 연대배상책임 져야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