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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모바일 게임시장에 진출했던 SK가 사업실적이 좋지 않자 당시 사업을 책임졌던 임원을 셋톱박스 수리·포장해주는 팀으로 발령내고, 급기야는 부당 해고까지 했다가 법원에서 임원을 복직시키라는 패소 판결을 받아들었다.
2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8민사부(부장판사 최형표)는 지난해 2월 SK네트웍스서비스에서 해고당한 임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최근 '피고가 원고에 대해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은 A씨의 밀린 월급을 지급하고, 복직시킬 때까지 월급을 계속 지급하라고도 선고했다.
판결문의 기초사실을 종합하면, A씨는 2008년 SK네트웍스 입사 후 2013년부터 에스케이네트웍스서비스의 콘텐츠사업본부장(인터넷사업본부장)으로 일하면서 SK가 추진하는 모바일 게임, 메세징 사업 부문을 총괄했다. 그러나 SK의 모바일 게임사업 실적은 좋지 않았고, 회사는 A씨를 2014년 6월 본부장 직에서 해임시키고 대기발령 결정을 했다.
이후 SK네트웍스서비스는 A씨에게 제대로 된 일을 주지 않았다. 회사는 2015년 2월 A씨를 재생사업팀 산하 조직인 리사이클앤리퍼비시센터 팀원으로 발령내고, 연봉을 20% 깎았다. 2017년 3월엔 A씨를 고장난 셋탑박스(IPTV, 인터넷 전화 등을 지원해주는 장비)를 수리·세척·포장해주는 안성 소재 가입자단말센터 '팀원'으로 배치했다.
SK는 일개 팀원이던 A씨에게 '센터에서 수리를 완료하지 않은 셋톱박스를 수리완료한 것처럼 전산에 허위 입력해 매출을 발생시키고 허위로 청구하는 문제'를 해결하라고 과제를 냈다. SK네트웍스서비스는 5개월만에 A씨를 경영지원실로 발령내고 별도의 직책이나 직무를 부여하지 않다가 2018년 2월 A씨에게 자택 대기를 지시한 후 해고를 통지했다. 취업규칙상 규정된 '조직개편 또는 회사형편에 의해 인원감축의 필요가 있을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A씨는 부당 해고라며 소송을 냈다. A씨는 "본인의 해고는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이므로 근로기준법에 정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무효이고, SK가 취업규칙에 의해 해고했다고 통지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실적부진 및 업무수행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해고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한 규정에도 반한다"면서 "해고의 정당한 이유도 없다"고 주장했다.
SK는 그러나 법정에서 "A씨의 사업관리역량이 부족해 담당사업의 실적이 저하되거나 사업이 종료돼 직책에서 사임된 것이고, R&R센터 및 안성사업장에서도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업무수행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회사가 여러차례 새 업무를 부여하고 충분한 기회를 부여했지만 부진한 업무능력이 개선되지 않았고, 게임 및 메세징사업 폐업 등의 조직개편으로 담당할 직무가 사라지고 부여할 만한 직무가 존재하지 않아 해고하기에 이르러, 통상해고로 정당한 해고사유가 있다"고 맞섰다.
법원은 SK가 한 해고가 근로기준법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해고의 정당한 이유도 인정되지 않아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인사규정상 직원 면직사유를 규정하고 이 규정에 의해 직원을 면직했다면, 면직처분이 정당한지 여부는 회사가 면직사유로 삼은 사유에 의해서만 판단돼야 하고 당초의 면직사유와 다른 사유를 들거나 추가해 면직처분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하는 주장은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고 있다.
법원은 "피고인 SK는 명시적으로 '조직개편 또는 회사형편에 의해 임원감축의 필요가 있을 때'라는 규칙에 근거해 원고를 해고했는데, 피고는 이 사건에서 A씨의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태도가 불성실했다는 사유만 주장하고 있어 이는 해당 취업규칙의 사유에 부합하지 않아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법원은 "해당 취업규칙 조항상 해고는 전적으로 회사 사정에 의한 '경영상 이유에 관한 해고'이므로, SK가 이를 근거로 근로자를 해고하기 위해선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나, SK네트웍스서비스는 △조직개편을 감축할 필요가 있다는 등 긴박한 경영상 필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해고했다는 점 △해고 전 노조 혹은 근로자 과반수 대표자와 협의한 점 등에 대해선 전혀 주장하지 않고 있어, 해고의 정당한 이유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A씨의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했다거나 근무실적이 부진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A씨가 해당 직책에서 해임된 이후에도 SK네트웍스서비스가 추진한 모바일게임사업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는 점 △2014년 모바일게임사업현황에 대해 분석하면서 회사 스스로 게임사업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고, 개발사 관리역량 등이 미흡하며, 개발관리 및 게임서비스 관리 프로세스가 미흡하다고 평가한 점 △회사 사업실패를 특정 근로자의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사업실패가 A씨의 귀책사유에 기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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