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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의 PPL]불법체류자가 짓는 '하자 아파트' 괜찮으세요?

[the L]불법체류자 '인권'만큼 한국인 주거 '인권'도 중요…제대로 된 통계도 없고, 관리도 안되는 건설현장

편집자주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서울 아파트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새 아파트 품질이 떨어지고 있다. 최근 입주한 아파트의 마감상태는 육안으로도 쉽게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과거에 비해 나빠졌다.

건축기술은 갈수록 향상될텐데 오히려 아파트 공사의 마무리는 뒷걸음질 친다. 10년전과 비교해 바뀐 것은 늘어난 일용직 ‘불법체류자’ 뿐이다.

최근 건설현장에선 한국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현장 관계자들에 의하면 외국인 근로자의 비율이 최소 50%, 최대 90%에 이른다. 이 중엔 합법적으로 비자를 발급받은 이들도 있지만 상당수는 불법체류자다.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건설현장 불법체류자 비율'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2018년 기준 35만명의 불법체류자가 있다. 그 중 절반 이상이 건설현장 불법 노동자다. 건설현장의 불법체류자 비율은 정부는 물론이고 건설사나 관련 기관 어디에서도 정확한 통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용직 상당수가 불법체류자다. 하청업체는 합법 비자를 가진 외국인의 서류를 도용해 가짜서류를 제출하고 건설사는 허위제출인 걸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체 하고, 고용노동부는 제대로 실태파악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가끔 나오는 공식 기관에 의한 외국인 건설노동자 비율은 가짜 서류에 의한 통계오류다. 효용가치가 없는 엉터리 통계로 해당기관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법무부 용역으로 외국 국적 동포에게 건설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재외동포 취업비자(H-2)를 확대하는 문제에 관한 논문을 썼던 교수에게 물었더니 “현장 불법체류자 비율에 대해선 십장(반장)들에게 설문조사를 하는 방법 밖에  없었는데 거짓 답변을 한 것 같아 나조차 신뢰할 수 없다”고 고백했다. 그 용역 논문에선 불법체류자 비율이 10%대였다. 건설현장 불법체류자가 10%대란 건 그 교수조차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아파트 건설현장의 불법체류자 통계조차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게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 재외동포 취업비자(H-2)로 일하는 중국국적 외국인은 22만1645명, 우즈베키스탄 1만9899명, 카자흐스탄 6995명, 키르기스스탄 1507명 등이다. 이들 중 상당수도 건설현장에 있다. 단순 노무직을 못하게 돼 있는 재외동포체류자격(F-4)으로 들어온 중국국적 동포 상당수는 아예 하도급업체를 직접 운영하며 불법체류 중국인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사업자등록도 없이 불법으로 인력 공급업체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합법 비자로 일하는 조선족의 신분증을 복사해 놓고 이를 이용해 불법체류 중국인들을 조선족처럼 속이는 행위는 일상화됐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건설현장 합법적 외국인력 활용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전국건설노동자조합 관계자들이 외국인 건설노동자 정책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2019.5.31/뉴스1

◇불법체류자들의 손으로 짓는 아파트 품질이 좋을까

불법체류자들의 손으로 지어지는 아파트 품질은 어떨까. 기본적으로 내부 인테리어까지 다 해서 입주하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하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작업이고 서툰 작업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숙련 건설노동자들이 해오던 일을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불법체류자 일용직 노동자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로 인해 10여년전 완공된 LH아파트보다 최근 입주한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 내부 마감품질이 떨어진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얘기다. 마감소재는 개선되고 좋아졌겠지만 시공이 엉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그럼에도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과거 아파트 건설현장은 젊은 대학생들도 방학을 이용해 일할 정도로 흔한 아르바이트 일자리였다. 지금은 하고 싶어도 그런 일자리는 없다.

누군가는 건설현장에 젊은이들이 가지 않으려 해서 어쩔 수 없이 불법체류자라도 써야 한다고 항변한다. 선후가 바뀐 얘기다. 젊은이들이 가서 일할 수 있는 환경과 급여를 만들어 놓고 젊은이들 탓을 해야 한다.

지금은 건설사와 불법 하청업체들만 이득을 보는 구조다. 선진국일수록 사람 귀한 줄 알고 건설 노동자들 임금도 높다. 과연 대형 건설사들이 불법체류자를 쓰지 않고 합법 인력만 쓰면 망할 정도로 어려워질까.

당장 싸게 먹힌다는 이유로 불법체류자에 의한 아파트 건설을 용인하면 그 부수적 피해는 상상 이상이다. 이미 불법체류자 수십만 명이 차지한 저임금 일자리는 순차적으로 그 위 일자리를 위태롭게 만들고 청장년층의 고용불안을 심화시킨다.

◇불법체류자 '인권'만큼 한국인 주거 '인권'도 중요하다

새 아파트의 마감품질이 나빠지는 게 불법체류자 문제만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불법체류자에 의해 아파트가 하자투성이인 채로 지어지고 있단 사실도 잘 모르고 있다. 소비자들은 수억원, 수십억원을 주고 합법적인 계약의 결과물로 알고 아파트를 인도 받았으나, 그 과정에는 불법체류자를 포함해 불법 하도급 등 불법이 포함돼 있다. 이것은 법치주의가 아니다. 

불법체류자에 의한 건설현장 왜곡문제는 난민이나 결혼이주자 인권과는 다른 얘기다. 법무부 그리고 관련 부처는 물론이고 책임있는 관계자들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국민 대다수는 별 다른 어려움 없이 건설사가 불법체류자를 고용해 아파트라는 생산물을 만드는데 동의한 바가 없다. 건설현장에 불법체류자를 용인하고 있는 것은 건설사와 관련업체 그리고 현 상황을 오판하는 관련 공무원들 뿐이다. 

한국인의 주거 '인권'도 중요한 인권문제다. 의식주 중 중요한 '주거'가 정부나 건설사의 무책임과 관리소홀로 불법체류자들의 손에 맡겨지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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