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전경. /사진=뉴스1

법무부가 검찰 수사와 관련해 '오보'를 쓴 기자에게 검찰청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공보준칙을 제정해 논란이다. 오보 판단의 기준을 검찰이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내용이 추가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30일 법무부는 이같은 내용의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옛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 공보준칙)을 제정하고 오는 12월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특히 문제가 된 조항은 제33조 '오보 대응 및 필요한 조치'다. 제33조에 따르면 사건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가 실제로 존재해 신속하게 그 진상을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전문공보관은 해당 언론을 상대로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를 청구할 수 있다.

또 검찰총장 및 각급 검찰청의 장은 이러한 인권침해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기존 공보준칙에도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를 한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브리핑 참석 또는 청사 출입의 제한한다'(제27조 및 제24조 제1호)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새 규정에는 '사건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라는 모호한 판단 기준이 들어갔다.

기존 수사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금지한다는 취지지만, 언론의 취재활동이 지나치게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보의 판단 기준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판단 주체도 명확치 않아 검찰이 자의적으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 언론의 취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새 규정에 따르면 검찰의 내사사실을 포함해 피의사실과 수사상황 등 형사사건 관련 내용은 원칙적으로 공개가 금지되고, 공개소환 및 촬영이 전면 금지된다. 이에 따라 검찰청 내 포토라인 설치도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소위 '티타임'으로 불린 형사사건의 구두 브리핑도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공보자료와 함께 그 자료의 범위 내에서만 구두로 하는 브리핑이 허용된다.

다만 오보나 중요사건으로 언론의 요청이 있는 경우 등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형사사건 공개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지정된 전문공보관이 승인받은 공보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공개해야 하고 일정한 경우에는 국민이 참여하는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이같은 규정을 확정했다는 법무부의 설명도 논란의 대상이다. 법무부는 지난 4월부터 '수사공보개선 TF'를 구성해 검찰과 법원, 언론, 대한변협, 경찰,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고, 대검찰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규정을 제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무부가 새 규정 제정과 관련해 출입기자단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한 적은 없었다. 대한변협도 "법무부의 공보준칙 개정에 대해 어떤 의견도 낸 적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