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관련 조사를 위해 이달 13일 서울남부지검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사건 수사대상인 의원들을 대표해 조사받겠다며 검찰에 출석했지만 검찰은 나머지 의원들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출석을 통보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불출석' 당론을 따라온 한국당 의원 사이에서도 일부 검찰 출석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기류 변화가 나오고 있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은 나 원내대표 출석 이후에도 나머지 피고발 의원 59명에게 순차적으로 출석을 통보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개별 의원에 대한 소환 통보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면서도 "원칙대로 의원들에게 출석 통보서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당을 대표해 출석하겠다며 지난 13일 출석해 8시간 넘게 조사받았다. 나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의 정당행위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도 "패스트트랙 충돌 원인은 바른미래당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위원 불법 사보임과 국회의장의 불법적 경호권 발동에 있다"며 "한국당은 정당행위를 했으니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위법성이 없는 만큼 검찰 출석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한국당의 공식 입장이다. 나 원내대표는 검찰 출석 다음날 "당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개별 출석하지 말라"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 핵심 관계자도 "불출석 당론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의원들과 보좌관들이 올해 4월25일 국회 의안과 앞에서 여당의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위해 막아서고 있다./사진=뉴스1

하지만 나 원내대표 출석으로 의원 개개인의 고민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검찰 안팎에서는 '소환 없는 기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로서는 1.4TB(테라바이트) 분량의 영상증거가 분석된 데 이어 두 차례 국회방송을 압수수색해 의원총회 등 관련 영상증거를 확보한 만큼 소환 조사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혐의 입증에는 어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용태 의원 등 일부 의원들은 '검찰이 부르면 갈 생각이 있다'며 출석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국당 재선인 A 의원 측도 "검찰 소환 통보는 당이 아닌 개별 의원을 상대로 하는 만큼 당론만 따르기에는 부담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당 법률자문단 한 관계자는 "나 원내대표가 이미 당을 대표해 출석한 만큼 개별 의원 출석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당의 공식입장"이라면서도 "법적으론 피고인 조사가 대리될 순 없어 개별 의원들로선 고민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 방해' 등 국회법을 어긴 혐의로 기소되면 500만 원 이상 벌금형만 받아도 다음 총선에 출마할 수 없다.

한편 검찰은 연말까지 패스트트랙 수사에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도 내년 총선 일정을 강조하며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나 원내대표 검찰 소환 관련 "12월 17일이면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며 "검찰 수사가 늦어지면 예비후보자들이 정치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향후 수사 일정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