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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숙명여고 답안유출' 항소심이 보는 핵심 증거 5가지는?

[the L] 화학시험 답,'깨알정답'이 적힌 메모장, 모의고사 성적, 학원 레벨테스트 성적, 전교 1등과 2등의 현격한 차이 등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시험문제 유출 혐의를 받는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A씨가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업무방해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9.4.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 큰 파장을 일게 했던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시험 답안 유출 사건' 2심 재판부는 현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징역 3년6개월이 선고됐었다.

그동안 현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는 합리적 근거 없는 추측과 의혹, 일부 간접증거로 이뤄진 간접 사실만 존재한다"며 검찰의 기소가 무리하다고 주장해왔다. "자매가 갑작스럽게 성적이 상승했다는 점은 이례적인 일"이라면서도 "'이상하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로 판단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 변호인의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선고 공판 치고는 긴 시간인 45분에 걸쳐 현씨의 유죄 근거에 대해 설명했다. 새로운 '직접 증거'가 나오거나 공소장이 변경된 것은 아니었다.

재판부는 △화학시험 답을 정정 전 답으로 표기한 것 △'깨알정답'이 적힌 메모장 △모의고사 성적 △학원 레벨테스트 성적 △전교 1등과 2등의 현격한 차이를 답안유출의 결정적인 근거로 봤다. 직접증거는 아니지만 이를 종합해서 봤을 때 공소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심에서 결정적 증거로 판단했던 화학문제 답의 경우 2심에서도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쌍둥이 자매 중 이과생은 2학년 1학기 화학시험의 수소 원자 비율을 구하는 문제에서 정정 전 답인 '10:11'을 적었지만, 해당 문제의 답은 '15:11'이었다. 정정 전 답인 '10:11'을 적은 이과생은 전교에 현씨의 딸 한 명 뿐이었다. 앞서 1심에서 검찰은 계량경제학자를 불러 시험에 응시한 숙명여고 2학년 이과생 중 한명만 10:11로 적을 확률이 0.00065%에 불과하다고 입증한 바 있다.

'깨알정답'이 적힌 수기 메모장 역시 답안유출의 근거가 됐다. 현씨와 딸들은 시험이 끝난 다음 반장이 모범 답안을 불러서 적은 메모라고 말하지만 실제 반장이 불렀던 서술형 문제 모범 답안과 딸이 적은 답안은 차이가 있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시험 보기 전에 답안이 이미 적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모의고사 성적과 수학학원 성적도 유의미한 간접증거라고 판단했다. 쌍둥이 자매의 성적이 1학년 1학기 전교 100등 밖에서 2학년 1학기 전교 1등으로 수직상승한 반면, 수능 모의고사 성적은 떨어지거나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수학학원에서도 중간 수준 반에서 반 평균조차 못 미치는 시험 점수를 수십 차례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실제로 딸들의 실력이 구체적으로 뒷받침 되지 않는 이상 (딸들의 내신 성적에) 다른 외부적인 요인이 개입했다고 보는 게 경험칙상 합리적 추론"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쌍둥이 자매와 문·이과 전교 2등간의 압도적 점수 차이에 주목했다. 내신 총점을 봤을 때 쌍둥이 자매와 전교 2등의 총점 차이가 전교 2등과 5등의 총점 차이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전교 100등 내외의 중상위권 학생이 1년도 되지 않아 압도적 전교 1등을 차지하는 것이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봤다.

변호인이 다른 학생 중에서도 노력으로 성적이 급상승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자 재판부는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교육열이 높다고 여겨지는 30여개 여고에 대해 사실 조회를 했다. 그러나 전교 50등 밖에서 5등 이내로 성적이 상승한 경우는 딱 한 사례 밖에 발견하지 못했고 재판부는 쌍둥이의 성적 향상이 이례적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라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현씨가 △시험지와 답안을 보관하는 금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던 점 △시험 며칠 전 퇴근시간에 학교에 남았음에도 학교 컴퓨터나 개인 컴퓨터에 업무 흔적이 전혀 없고 초과근무를 신청하지 않은 점 △이해관계 없는 다른 교사들이 수회에 걸쳐 답안을 제공할 이유가 없는 점 등을 들어 답안을 유출한 당사자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현씨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현씨의 범행이 숙명여고의 업무방해에서 그친다고 하지 않았다. 현씨의 범행으로 국민 전반의 교육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고 거의 모든 국민들이 교육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여전히 범행을 뉘우치지 않는다"고 꾸짖었지만 현씨는 내내 담담한 표정이었다. 현씨 측이 여전히 직접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주장한다면 사건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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