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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상판대기하고는…" 법원, 폭언도 '상해'로 인정

[the L]폭언→상해 인정은 사상 두번째… 직장 내 갑질, 처벌 확대 예고

법정에 앉아 있는 법원 판사들의 모습. /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갑질 상사'의 지속적인 폭언으로 우울증 판정을 받은 사건에서 법원이 협박·모욕과 함께 상해 혐의를 인정했다.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만으로 상해죄가 인정된 건 사상 두번째다. 앞으로 언어폭력이 문제 되는 직장 내 갑질 사건에서 상해죄로 처벌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은 전날(8일) 1심 판결에서 물리치료사 A실장(49·여)의 상해·협박·모욕 혐의가 인정된다며 벌금 1000만원을 내라고 판결했다. A씨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후배 직원인 물리치료사 B씨(25·여)에게 4개월간 지속적으로 폭언을 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이 입수한 공소장과 판결문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약 4개월간 피해자 B씨의 인격을 심하게 무시하는 폭언을 총 12차례에 걸쳐 했다. 폭언은 짧게는 1분에서 길게는 6분30초 동안 이어졌다.

A씨는 다른 직원이 듣고 있는 가운데 "상판대기하고는. 나쁜 X, 더러운 X. 생긴 거 하고는 뭐 같이 생겨 가지고", "외모 비하? 아니, 내 의견을 이야기하는 거야. 너가 생긴 게 참…" 등의 발언으로 B씨에게 모욕감을 줬다. 환자들이 듣고 있는 가운데 욕설을 하며 피해자를 모욕한 경우도 있었다.

또 "소리 지르는 거? 아무 것도 아냐. 내가 뭐라 했어? 끝을 보고 간다 했지? 난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고 가. 너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끝을 보고 간다"라는 등 피해자 B씨가 스스로 퇴사하지 않으면 폭언을 반복하겠다고 협박했다.

통상 검찰은 이같이 폭언의 형태로 나타나는 직장 내 갑질 사건의 경우 협박이나 모욕죄로 기소해왔다. 그러나 부산지검은 A씨가 피해자 B씨에게 6개월 이상의 약물치료가 필요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양극성장애, 우울증 의증 등 '상해'를 가했다며 모욕과 협박에 더해 상해죄로 지난해 12월 기소했다.

이 재판을 맡은 오규희 판사는 "이 사건 범행은 직장 내 그릇된 위계질서 문화에서 비롯된 소위 '갑질' 범행"이라며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세대간의 인식 차이'로 아전인수격인 변명으로 일관할 뿐 진심으로 뉘우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보통 상해죄는 신체가 훼손되는 등 생리적인 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때 성립한다. 대법원은 이미 오래 전부터 '생리적 기능 장애'엔 육체 기능뿐 아니라 수면장애, 식욕감태, 우울장애 등 정신적인 기능도 포함된다고 판단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적 기능 장애에 따른 상해는 강간 피해자에 한해 인정했을 뿐이다.

언어적 폭력에 대해서도 상해죄를 인정한 첫 판례는 최근에서야 나왔다. 서울중앙지법은 2018년 10월 "넌 머리가 있는 거니 없는 거니", "뇌의 어느 쪽이 고장 났어" 등 약 1년5개월 동안 총 16회에 걸쳐 피해자의 인격을 무시한 폭언을 한 C씨에 대해 상해죄를 인정,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번에도 재판부가 폭언에 따른 상해를 인정하면서 '갑질 상사'에 대한 형량이 높아질 가능성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직장 내 폭언이 둘만 있는 공간에서 이뤄질 경우 '공연성'(다수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없어 모욕죄 적용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폭언에 상해죄 적용 사례가 많아지면 그만큼 적용 가능한 죄목이 늘어나 형량이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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