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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한테만 신제품 안 주는데, 차별취급 아냐?

[the L]14년차 공정거래전문 변호사가 말해주는 ‘공정거래로(law)’ 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골프 시뮬레이터(이하 'GS') 판매사업자 A는 GS 신제품 'B' 출시 전에 'B'에 관하여 가맹사업을 실시하기로 하여 그 가맹계약 체결여부에 따라 가맹점에서는 'B'를 공급하면서도 비가맹점에는 'B'를 공급하지 않고 어떠한 신규 GS도 공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A의 행위는 GS 신제품 공급의 거래조건에서 가맹점과 비가맹점을 차별하는 것으로서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거래조건차별'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A의 행위가 비가맹점들의 가맹 전환을 강제할 목적으로 가맹점과 비가맹점을 부당하게 차별하였다고 보고 A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고발 했으나, 서울고법은 A의 행위가 거래조건차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모두 취소했고, 서울중앙지검 또한 무혐의 결정했다.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거래조건 차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특정사업자에 대한 거래조건이나 거래내용이 다른 사업자에 대한 것보다 유리 또는 불리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유리 또는 불리한 정도가 현저하여야 하고, 그렇게 차별 취급하는 것이 부당한 것이어야 한다.


거래조건차별 대상인 특정사업자와 관련하여, 공정위는 A와 계속적인 거래관계에 있는 사업자 중에서 가맹계약을 체결한 사업자에게는 GS 신제품 'B'를 공급하고 그렇지 않은 비가맹점에게는 공급하지 않는 것으로서 가맹점 가입 기준이라는 특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업자를 차별한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특정사업자의 범위는 차별이 문제되는 거래조건이나 거래내용을 통해 획정되어서는 안 되고, 그 외의 다른 기준으로 획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 이유로 만약 특정사업자를 차별이 문제되는 거래조건이나 거래내용으로써 획정한다면, 그 특정사업자는 항상 유리하거나 불리한 취급을 받게 되는 순환논법에 빠진다는 점을 들었다. 왜냐하면, 가맹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사업자를 특정사업자로 본다면, A가 비가맹사업자에게 비가맹을 이유로 가맹사업 제품인 B를 공급하지 않음으로써 비가맹사업자를 차별했다는 식으로 동어반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편 현저한 거래조건차별 관련하여, 공정위는 A의 신제품 'B'가 스크린골프장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게는 필수적인 요소이므로 이를 가맹점에게는 공급하고 비가맹점에게 공급하지 아니한 행위는 비가맹점이 신제품 'B'를 구비하지 못하여 시장수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가맹점에 비해 심각한 경쟁 열위 상태에 처하게 하는 것이므로 현저한 거래조건 차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반면 서울고법은 거래조건차별은 동등한 거래에 있는 거래상대방에게 동일한 거래 대상 또는 품질, 기능, 성능 면에서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는 거래 대상을 가격 외의 거래내용에서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GS 신제품 'B'가 기존 비가맹점에게 공급하던 GS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며, 이처럼 기능과 성능을 달리하는 GS 신제품 'B'의 거래방법, 대금 결제조건 등을 종전에 공급하던 GS와 달리하는 것은 허용되고, 이를 금지하고 양자를 통일적·일률적으로 취급하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는 법률상이나 계약상으로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공정거래법에는 이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을 뿐만 아니라 A와 기존 사업자 사이의 거래가 일회적·단발적인 계약이었으므로 A에게 GS를 매수한 기존 사업자가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사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호할 의무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A가 기존 GS 공급 당시 가맹점, 비가맹점 여부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 공급했다는 사정만으로는 A가 GS 신제품 'B'를 공급하는 데에서도 가맹점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 동등한 거래 관계에 놓은 사업자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결국 공정위는 A의 신제품 'B'가 기존보다 현실감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루어져왔고 그 결과 기존 제품을 수요 및 공급 측면에서 대체해 왔다는 점에서 신제품 'B'가 비가맹점이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사업활동을 영위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라고 보았지만, 서울고법은 여전히 스크린골프에서 신제품 'B'보다 기존 GS가 더 많이 이용되고 있다는 통계자료를 기초로 기능과 성능에서 신제품 'B'가 기존 GS와 경쟁관계에 있다는 것을 넘어 기존 GS가 신제품 'B'보다 열악하여 'B'와 경쟁할 수 없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신제품 'B'가 비가맹점에 대해 핵심적이거나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자유 시장 경제 체제에서 거래상대방에 따라 거래 조건을 차별하는 행위 자체를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특정 사업자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핵심적인 요소의 공급을 차별하여 그들의 사업활동을 곤란하게 하는 것은 거래조건 설정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차별의 대상이 되는 그 거래조건이 특정사업자에 대해 핵심적이거나 필수적인지 여부에 대한 입증에 따라 그 결론은 달라질 수 있다.


백광현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백광현 변호사(연수원 36기)는 2004년에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사법연수원을 36기로 수료한 후 법무법인 화우 공정거래팀에서 근무하다가 2011년부터는 법무법인 바른의 공정거래팀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서울대 전문분야 법학연구과정과 공정경쟁연합회 공정거래법 전문연구과정을 수료했고, 미국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FTC, 미국 Steptoe & John LLP에서 근무했으며, 고려대 로스쿨에서 공정거래법을 가르친 경력이 있다. 2018년부터는 공정거래위원회 정보공개심의회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영화관 팝콘 비싸도 되는 이유', '같이 살자 가맹사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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