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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빼어난 법률가는 문학가다

[the L]

최근 들어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드세다. 산업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일찍이 맛보지 못했던 물질적 풍요를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이를 한껏 누려왔다. 이런 세태가 계속되면서 마음속 깊이 내재되어 있던 인간 본향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기 시작했음직하다. 이것이 인간 본성에 대한 갈구로 이어져 인문학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은 '휴머니티(humanities)'로 표현되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즐겨 말하는 휴머니즘의 발원이다. 그 밑바닥에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불가침의 영역이 자리하고 있기에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는 가치를 품고 있다. 14세기 무렵 유럽에서 싹튼 르네상스 정신의 중심사상도 인문학으로 요약할 수 있다.

법 또한 인간의 사회생활에서 유래된 것으로 정의를 지향하는 데서 그 근본에는 인간의 존엄이 자리하고 있다. 법의 법인 헌법에서 인간 존엄권이 기본권의 기본권으로 불리는 이유다. 이는 과거 유명 법학자들이 동시에 인문학자이기도 했던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베르테르로 젊음을 고뇌했던 괴테가 그랬고, 20여 년에 걸쳐 법의 정신을 깨친 몽테스키외가 그랬다. 물론 그 외에도 이런 위인들이 수도 없이 많다.

저명한 미국의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C. Nussbaum)은 사법적 중립에 충실한 법관을 문학적 법관이라고 한다. 그에게 시인은 곧 재판관으로 모든 사물들이나 특성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비율을 부여하는데 가장 탁월한 인물로 묘사된다. 시인이 품고 있는 문학적 상상력이야말로 법관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라는 것이다.

법관은 사법절차의 마지막 판단자라는 데서 문학적 상상력이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그것은 비단 법관에게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이 중립적이며 유연한 지성은 사법절차에 관여하면서 판단자료를 제공하는 재판 이전의 모든 법률종사자에게도 요구된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체계적인 법학교육을 받고 법적 사고로 길들여진 법학적 법률가를 지향하는 문화가 지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들의 속성은 법이라는 수단의 잣대로만 사물을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경험이나 환경적 요인과 법 이전의 자연적 사정이 주요 잣대로 등장할 여지가 크지 않다. 법적 사고를 법학적 사고에 한정하려 함이다. 이러한 법학지상주의 경향이 경직된 사고를 낳으면서 법률가의 한계로 작용해 왔다.

이는 사법적 중립성에서 법학적 법률가가 문학적 법률가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동시에 법률가로서 근본적 덕목의 부재를 말해 주기도 한다. 중립성은 자신만의 사고에서 벗어나 여러 직접․간접의 경험에 의한 유연한 사고에서 더 잘 발휘될 수 있다. 이를 객관성으로 이해하면 판단의 소재가 다양할수록 독단으로 흐를 가능성은 낮고 판단의 소재는 곧 문학적 상상력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결국 빼어난 법률가는 법학적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의 결합에서 나옴을 알게 해준다. 중립적인 판단자일 것을 요구하는 법관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훌륭한 건축도 토목의 기초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 두 가지 소양은 흡사히 건축과 토목으로 설명될 수 있다. 이를 인성 논의로 확대하면 법률가의 무미건조함도 인문학적 소양의 부족 탓으로 돌릴 수 있다.

인간의 정신적 상처를 돌보고 치유하는 면에서 법률가는 일면 의사와 닮았다. 의사가 히포크라테스 선서로부터 흰 가운을 걸치듯 법률가도 인간애로 무장되어야 한다. 정의의 여신 디케의 양팔저울도 인간존중 의식이 뒷받침되면서 제대로 된 평형상태가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정의개념은 자유가 사람들의 역량발휘를 위한 것이라는 누스바움의 정의관과도 궤를 같이한다.

법학적 법률가의 극복이 불가능한가에 대하여는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법률가의 진입경로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로스쿨 제도의 취지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한 다양성 속에서 법률과 그 운용도 인간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결국 법률가 스스로의 몫이다.

최영승 법무사협회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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