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10월29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한 아파트에서 70대 경비원이 술에 취한 주민 A씨로부터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경비원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끝내 숨졌습니다.

생명까지 뺏아간 폭행사건의 발단은 무엇이었을까요?

층간 소음이 원인이었습니다. A씨는 층간 소음 민원을 경비원에게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자 앙심을 품고 술에 취한 상태로 아파트 경비실을 찾아가 경비원을 손과 발로 수차례 폭행했습니다. 대법원은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8년의 중형을 확정했습니다.

경비원을 상대로 한 폭행 사건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2월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파트에서 입주자가 주차장 출입 차단기를 늦게 열어줬다는 이유로 경비원의 멱살을 잡고 10여 분간 폭행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인격 모독의 폭언이나 폭행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층간 소음 민원을 해결해주거나 분리수거, 청소 또는 택배 수령 등이 경비원이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공동 주택단지에서는 경비원이 모든 일을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지만 이 같은 일은 경비업법이 정한 경비 업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도난과 화재, 혼잡 등에 따른 위험 발생 방지를 경비원 업무로 정하고 있습니다.

2018년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경비업 허가를 받지 않고 경비업무 및 청소원 관리업무를 수행해 온 주택관리업자에 대해 벌금형 선고를 유예한 바 있습니다.

판결 쟁점은 주택관리업자와 아파트 입대의가 체결한 ‘공동주택 위·수탁관리계약’이 민법상 ‘위임계약’으로서 경비업법상 허가 필요 대상인 ‘경비업무의 도급’과 같이 취급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주택관리업자 및 아파트가 건물관리에 관한 위·수탁계약을 체결해 고용한 경비원의 경우도 경비업법 제4조 제1항의 적용 대상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경비업법

제4조(경비업의 허가) ①경비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법인은 도급받아 행하고자 하는 경비업무를 특정하여 그 법인의 주사무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경찰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도급받아 행하고자 하는 경비업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그동안 경찰은 주택관리업자를 공동주택관리법상 관리주체로 보고 이를 통한 경비원 고용은 경비업법상 도급 계약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이 같은 사법부의 판단에 경찰청도 본격적으로 아파트 경비원을 도급경비로 보고 경비업법을 적용한 관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다만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등 경비원을 직접 고용하는 형태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경비업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간주됩니다.

9일 경찰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12월 전국 일선 경찰서에 공문을 보내 올해 5월 31일까지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업자가 경비 업무에 대해 경비업법상 의무를 준수하도록 행정계고를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주택관리업자가 경비원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경비업법상 허가를 받아야 하며 아파트 경비원에 경비 업무 외 청소, 물건 운반 등 다른 일을 맡기는 등의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경비업법 제7조(경비업자의 의무)

⑤경비업자는 허가받은 경비업무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이번 계고를 통해 아파트 경비원의 처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나 오히려 고령 경비원 퇴출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경비원과 청소나 주차단속을 할 별도의 용역을 고용하면 관리비가 더 들어 기존 경비원을 전자경비시스템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우려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경비원의 대량 해고를 부를 수 있다“

"탁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좀 더 충분히 논의하고 의견 수렴해서 시행하기 바란다"

이처럼 바로 단속에 들어갈 경우 주택시장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계도기간을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국토부와 경찰청은 지난 11일 계도기간을 12월 31일까지로 하고 "경비업법 운용과 관련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관계 법령 개정 등 공동주택 경비 업무에 대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우리 아파트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 힘써주시는 경비원의 처우를 개선하는 한편 안정적인 고용 또한 보장하는 현실적인 해법이 나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