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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과세’ 일관된 적용이 필요하다

[the L]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편집자주외부 기고는 머니투데이 'the L'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기고문은 원작자의 취지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가급적 원문 그대로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2020.3.18/뉴스1


우리가 영위하는 모든 경제적 활동에는 세금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소득을 얻은 개인 또는 법인에게 부과되는 소득세와 법인세, 재화나 용역의 구매자가 부담하는 부가가치세, 상속이나 무상으로 얻은 재산에 부과되는 상속세와 증여세, 부동산 등의 취득∙보유에 대하여 부과되는 취득세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수입 시 부과되는 관세 정도가 보통 사람들에게 익숙한 세금일 것이다. 

그 외에도 인지세, 증권거래세, 교육세, 재평가세, 교통∙에너지∙환경세, 레저세, 주세, 담배소비세, 지역자원시설세, 주민세, 등록면허세, 국외전출세 등 여러 종류의 세금이 있고, 담배나 주류, 석유제품의 가격에는 물건 원가보다 덧붙은 세금이 더 많으며, 심지어 뇌물이나 도박이익과 같이 위법하게 얻은 소득에 대해서도 세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보니 누구나 세금을 보다 적게 부담하기 위한 조세회피 내지는 탈세의 유혹을 느끼게 되고, 이를 위해 명의대여, 위장거래, 우회거래 등과 같은 비정상적 거래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기 위하여 우리 세법은 국세기본법 제14조에서 ‘실질과세’를 규정하고 있다.

‘실질과세’란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소득이나 재산의 명의자와 실제 귀속자가 다른 경우 실제 귀속자에게 과세하고(귀속의 실질), 거래의 형식 또는 명칭과 실제 내용이 불일치하는 경우에는 내용에 따라 과세하며(거래내용의 실질), 부당하게 세금 부담을 줄이는 간접∙다단계 행위에 대하여는 그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하게 된다. 

예컨대, 아버지가 자신의 부동산을 자식에게 이전함에 있어 매매계약의 형식을 취했더라도 그에 따른 매매대금이 정상적으로 수수되지 않은 경우, 그 실질은 증여로서 증여세 부과대상이 되는 것이다.

필자가 담당하였던 사건에서 최근 대법원은 ‘실질과세’를 이유로 납세자에 대한 취득세 부과가 위법하다고 보았는데, 그 개략적인 내용은 이러하다. 

A회사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한 후 그 소유의 토지를 특수목적법인에게 매각하였고, 원활한 사업진행을 위해 매각대금 잔금을 지급받기 전에 특수목적법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주었다. 매수인인 특수목적법인은 매수한 토지를 담보신탁하여 사업자금을 조달하였고, 매도인인 A회사에 대한 잔금 지급의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A회사를 담보신탁계약상 1순위 우선수익권자인 대주단에 이어 2순위 우선수익권자로 지정하였다. 

이후 경기 침체 등으로 인하여 개발사업이 중단되면서 특수목적법인이 잔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되자, A회사는 특수목적법인과의 토지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담보신탁계약상 2순위 우선수익권에 기초하여 토지의 소유권을 회복하였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A회사가 형식적으로 신탁계약상 우선수익권자의 지위에서 수탁자로부터 신탁재산인 토지를 이전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소유권 이전의 실질은 매매계약의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이므로 취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부동산 취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1심과 2심의 결론도 동일하였다.

거래의 전체적인 상황을 살펴보았을 때 A회사의 토지 취득이 취득세 과세대상이 되는 새로운 취득이 아니라 토지 매매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성격으로 비과세대상임을 쉽게 알 수 있었고, 납세자가 과세 전 단계에서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과세관청은 담보신탁계약상 우선수익권자라는 A회사의 형식적 지위에만 주목하여 막대한 취득세를 부과·징수하였다. 그 결과 A회사는 대법원에 의하여 취득세 부과처분이 최종적으로 취소되기까지 약 6년 여에 걸쳐 불복 쟁송에 시달려야 했다.

‘실질과세’는 주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과세논리로 기능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대로 거래행위가 과세대상에 해당하는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고 있더라도 그 실질 내용이 과세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담세력을 결한 경우 ‘실질과세’는 비과세논리로도 적용됨이 마땅하다.

그러나 실제로는 비정상적인 조세회피행위를 부인하고 경제적 실질에 따라 과세하는 측면에서 ‘‘실질과세’가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과 달리, 위 판례 사안과 같은 비과세 또는 감면조항의 적용과 관련하여서는 ‘실질과세’의 적용이 제한된 범위에서 매우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납세자의 신고나 납부 등 납세의무를 불이행에 대하여는 신속하게 가산세를 포함한 과세처분 등의 제재가 이루어지는 반면, 과오납된 세금 또는 잘못된 과세처분에 대하여는 납세자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기 전에 과세관청이 스스로 환급이나 감액경정 등의 시정조치를 취하는 것이 이례적이다.

‘실질과세’는 가치 중립적인 개념이다. 따라서 ‘실질과세’는 그 대상이 과세요건인지 비과세요건이나 감면요건인지를 불문하고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하고, 이는 국세기본법 또는 지방세기본법상 세무공무원의 신의성실 의무에 비추어 보더라도 당연한 것이다. 

또한 과세관청의 책무는 단순히 세금을 많이 부과·징수하는 것이 아니라 적법하게 세금을 부과·징수하는 것이므로, 적극적인 측면의 세금 부과·추징을 통한 세수확보 업무에 상응하여 소극적인 측면의 감액경정·환급을 통한 조세정의 실현에도 충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러한 원칙이 확립될 때 우리 과세행정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음과 동시에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정종화 변호사

[정종화 변호사의 주요 업무분야는 조세 및 국제조세 관련 쟁송과 자문이다. 각종 행정처분 관련 업무 및 일반 민형사 사건을 두루 수행하고 있다. 법인세, 소득세, 지방세, 부가가치세, 상속·증여세, 관세, 주세 등 과세처분 및 각종 인허가, 석유수입부과금을 비롯한 다양한 행정처분과 관련한 조세·행정쟁송, 자문사건을 처리하였고, 서울지방국세청, 기획재정부, 문화관광부, 산업자원부, 산림청 등 여러 행정부처에 대해 조세·행정 관련 자문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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