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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삼국지에서 봉추선생도 재판업무를 했다는데…어떻게?

[the L][남 변호사의 삼국지로(law)]⑧

편집자주게임과 무협지, 삼국지를 좋아하는 법률가가 잡다한 얘기로 수다를 떨면서 가끔 진지한 내용도 말하고 싶어 적는 글입니다. 혼자만의 수다라는 옹색함 때문에 약간의 법률얘기를 더합니다.
삼국지에도 재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연의에도 재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와룡(제갈공명)의 얘기에도 불구하고 유비는 봉추(방통)의 볼품 없는 외모에 실망한 나머지 방통을 중하게 쓰지 않고 시골의 현령 자리를 주었는데,

이에 불만을 품은 방통은 제때에 일을 처리하지 않아 송사가 쌓이고 있었습니다.

유비는 그런 소문을 듣고 장비를 보내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했고 방통은 하루 만에 밀린 일을 모두 처리하겠다고 장비에게 큰 소리를 치더니 실제로 다음날 모든 송사를 일사천리로 끝냈다는 내용입니다.

아주 오래 전이니 현재와 같이 민사, 형사, 행정재판이라는 분류도, 대심주의적 구조도, 심급제도도, 증거재판주의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는 않았겠습니다만, 어찌되었든 그 시대에도 지금과 같은 재판이 있기는 했습니다.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양쪽의 당사자가 있다면 객관적 자리에 있는 제3자의 판단을 받아 보려는 생각이야 지금이나 그때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오늘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재판 관련 용어들 중 헷갈리기 쉬운 것들에 관해 정확한 의미를 한 번 살펴 보고자 합니다(위임 받은 일을 처리하는 변호사 입장에서 의뢰인분들이 정확하지 않은 법률용어를 사용하실 때에는 의미의 파악이 쉽지 않은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고소와 제소?


고소는 ‘아무개가 이런 잘못을 하여 내가 피해를 입었으니 수사기관에서 수사해 (형사재판을 통해) 처벌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수사의 단서이고 제소는 ‘소를 제기하였다’는 의미인데 의뢰인분들을 만나다 보면 가끔 ‘고소당했다’라고 말씀하시지만 사실은 ‘민사소송의 피고가 되었다’는 의미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소와 고발? 


쉽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면 고소이고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면 고발입니다(피해를 입지 않은 변호사가 대신 고소하는 건 뭔가요? 라고 물으시면.. 네, 그건 ‘고소대리’입니다).



항소, 상고, 상소? 


상소는 심급제에서 하급심의 판결(또는 결정)에 불복하여 상급심에 다시 판단을 구하는 것인데, 항소는 1심에 불복해 2심의 판단을 구하는 것을 의미하고 상고는 2심의 판단에 불복해 3심(대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것입니다(항소이유서와 달리 상고이유서의 제출기간은 불변기간이라 가끔 의뢰인분들이 ‘꽤 오래 전에 일단 상고했다’고만 말씀하시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습니다. 소송기록의 접수통지를 받은 후 20일 이내에는 반드시 상고이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기소와 제소? 


기소는 검사가 법원에 형사소송을 제기한다는 의미인데 우리나라는 기소독점주의이기 때문에 검사만이 기소할 수 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기소도 제소의 한 종류로 볼 수는 있겠습니다만, 기소독점주의 때문에 통상 제소라고 하면 ‘(형사소송이 아닌) 소송을 제기하였다’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피의자와 피고인? 


피의자는 수사 단계(경찰, 검찰 단계)에서 범죄의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이고 피고인은 형사소송에서 범죄의 혐의를 받아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사람을 뜻합니다.



피고와 피고인? 


앞서 적은 형사재판에서의 피고인이라는 의미와 달리 피고는 형사재판이 아닌 재판에서의 ‘제소당한 사람’을 의미합니다(간단히 제소한 원고의 반대당사자).



구형과 선고? 


구형은 말 그대로 검사가 법원에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는 사람에게 선고될 형을 求하는 것을 의미하고, 이에 법원이 그 재판의 결과를 공개법정에서 알리는 것을 선고라고 합니다(거의 대부분의 경우 구형은 ‘유죄에 대한 구형’을 의미하지만 객관의무를 지는 검사는 경우에 따라 ‘무죄구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인 소환?


기사나 뉴스에서 굉장히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올바른 표현은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수사에는 ‘임의수사’와 ‘강제수사’가 있고 강제수사는 원칙적으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우리 형사소송법상으로는 원칙적으로 참고인조사 뿐만 아니라 피의자신문까지도 임의수사이므로 혐의를 받는 피의자도 출석의무가 없는데(출석거부로 인해 체포사유가 될 수는 있습니다만, 그것 때문에 피의자신문의 본질이 강제수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혐의를 받지 않는 참고인이 출석의무를 부담할 이유는 없으므로 ‘출석의무’를 전제로 한 소환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습니다(하물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생각하다면 더욱 더!).

주위에서 자주 듣고 사용하지만 꽤나 혼동스러운 용어에 관해 적다 보니 글이 나열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만,

앞서 적은 용어의 차이 정도를 알고 계신다면 사회면에서의 기사를 보실 때 조금 더 명확한 의미를 파악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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