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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지난해 말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건에 대해 권한쟁의 심판을 무더기 청구했지만 헌재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27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희상 국회의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 모두 기각·각하 결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말 제20대 국회 제372회 임시회기를 12월11일부터 25일까지로 하자는 안건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전까지 국회 임시회기는 최장 30일이라는 헌법 제47조 제2항 조문에 따라 대개 30일씩 열어왔다.

민주당이 이례적으로 임시회 기간을 변경한 것은 선거법 개정안 처리 때문이었다. 이 기간 동안 예산안과 다른 법안들을 먼저 처리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 상정한 뒤 회기가 끝나도록 날짜를 짠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하더라도 무력화할 수 있다. 25일 임시회기 종료와 함께 필리버스터도 종료되고, 필리버스터가 끝난 안건은 다음 회기 본회의에서 즉시 표결에 부쳐지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당은 임시회기 기간을 12월11일부터 25일까지로 하자는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요구하고 나섰다. 문 의장은 임시회기의 기간에 대한 안건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라는 판단과 함께 요구를 거절했고, 선거법 개정안은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됐다.

이에 한국당은 문 의장이 필리버스터를 거부한 것은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표결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또 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됐던 것은 심상정 의원이 제출한 법안인데, 엉뚱하게 김관영 의원의 법안이 패스트트랙 절차에 따라 처리됐다며 이 부분도 따져달라고 헌재에 요구했다.

심상정 의원 안은 국회의원 정수를 지역구 225명, 비례대표 75명으로 개편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김관영 의원 안은 현행대로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을 유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다수의견은 문 의장이 패스트트랙 요구를 거부한 것은 문제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 의장의 재량권에 속한다는 판단에서다. 회기 결정에 대한 안건까지 필리버스터 대상으로 인정한다면 국회가 사실상 마비될 수도 있으므로 문 의장의 판단이 적절했다고 설명했다.

본회의에서 심상정 의원안이 아닌 김관영 의원 안이 처리된 것도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나왔다. 국회법 제95조에 따라 본회의에 부쳐진 법률안을 일부 수정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회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를 거부한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을 냈다. 회기결정의 건은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라는 명문 규정이 없음에도 문 의장이 임의로 거부한 것이므로 한국당 의원들의 권리 침해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심상정 의원 안이 아닌 김관영 의원 안이 처리된 것도 문제라고 이들은 주장했다. 선거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지역구, 비례대표 의원 숫자가 달라진 것이므로 단순히 '일부 수정'으로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중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통해 문 의장이 필리버스터 거부한 채 임시회기를 결정한 것, 김관영 의원 안을 처리한 것은 잘못이지만 무효로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필리버스터 거부에 대해서는 중대한 헌법 위반으로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관영 의원 안을 처리한 점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에서 내용을 검토하고 표결한 것이라 헌재가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이미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제21대 국회 구성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