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이중으로 토지 매매계약을 맺은 매도인이 나중에 계약한 매수인에게 토지 소유권을 넘겼다면 먼저 계약한 매수인에게 가등기를 해줬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땅을 B회사에 팔기로 하고 매매계약을 맺었다. 대금으로 10억원을 받고, 땅과 이 땅에 설정된 42억원의 근저당채무를 B회사에 넘겨주는 조건이었다.

A씨는 계약금을 받고 가등기를 해줬지만 이후 문제가 생겼다. B사에서 근저당 채무 42억원에 대한 이자를 제때 납입하지 않았다. A씨는 B사가 계약 조건을 어겼다는 내용증명을 발송하고, 제3자와 다시 매매계약을 맺은 뒤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쳤다.

가등기를 해놓으면 가등기 순위대로 본 등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매매계약이 이중으로 맺어지더라도 소유권을 지킬 수 있다. 1심은 이를 인정하더라도 A씨의 이중 계약 때문에 B사의 재산권이 침해당할 위험이 발생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A씨에게 B사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 2심은 A씨가 가등기를 해준 상태였기 때문에 B사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까지 지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A씨가 가등기를 해줬다 해도 소유권을 넘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B사 앞으로 본 등기를 할 때까지 토지를 보전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이를 토대로 A씨가 제3자와 매매계약을 맺고 토지를 넘긴 것은 B사의 재산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