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 68세의 A씨(여)가 법원 판결로 한국전쟁에서 사망한 아버지와의 친생관계를 67년만에 인정받았다. 87세 고령의 홀어머니와 어렵게 살던 A씨는 국가유공자 유족연금을 받게 됐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전주지부가 법률구조사업으로 도움을 준 이 사건은 친생관계 확인에 일반적으로 쓰이는 DNA 증거가 없어 어려움에 봉착했지만 전주지방법원의 전향적인 판결로 결실을 맺었다.

공단에 도움을 청하기 전 A씨는 국가유공자 유족으로 인정받기 위해 오랜 기간 노력했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그러다 2013년 전주시청에서 아버지의 묘적대장 기록을 찾았고, 이를 단서로 전사자 화장보고서도 확인했으나 국방부는 친자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될 정도로 생활이 어려워졌던 A씨는 고령의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이중고에 시달리기도 했다. A씨의 요청에 공단 측은 DNA 증거를 찾기 위해 법원 허가를 받아 전주시 교동 국립묘지에 안장된 A씨 아버지의 분묘를 개장해 DNA 검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전쟁시에 화장된 경우엔 장비가 완벽하지 않아 고온에 노출되지 않은 DNA를 포함한 유골이 있을 수 있단 가능성이 있어서다.

하지만 아버지의 화장된 유골에선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부녀관계를 입증할 다른 공적 증거를 찾기 시작해 △육군본부가 부녀관계를 인정해 A씨에게 아버지의 화랑무공훈장을 대리 수여한 사실 △ 어머니와 A씨 사이에 친생관계가 있다는 확정 판결 △어머니가 아버지 전사 후 미혼으로 살아온 사실 등을 관련 증거와 함께 재판부에 적극 소명했다.

A씨 아버지는 A씨가 태어나기 한달 전인 1952년 8월 입대해 다음해 6월 경기 연천지구 전투에서 사망했다. 당시 A씨 부모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여서 A씨는 만 18세가 될 때까지 출생신고도 안 했다가 결국 큰아버지의 딸로 출생신고를 하게 됐다. 가족관계부 상으론 A씨와 전쟁에서 사망한 아버지는 삼촌과 조카관계로 돼 있었다.

지난 4월21일 이유진 전주지법 판사는 "큰아버지의 딸로 출생신고가 됐던 A씨가 실제론 친아버지의 딸이 맞다"며 A씨가 낸 '친생자관계 존재확인 청구'를 인용했다. 이 판결로 A씨와 어머니는 6·25 유공자인 아버지의 유족으로 인정받아 유족연금을 받게 됐다.

공단 관계자는 "한국전쟁 당시 불완전한 행정시스템으로 국가를 위해 희생된 전사자의 가족들이 유족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연들이 많다"며 "친생관계를 증명하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하는 만큼 언제든 공단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