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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송달 반송한 일본, 자산매각 갈등 '예견된 사태'…향후 전망은

법원이 일제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강제매각 절차에 돌입한 것은 사실상 '예견된 사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행정처가 지난해 8월, 일본 외무성에 '일본제철에 전해달라'며 송달을 발송했는데, 일본 외무성이 설명도 없이 이를 그대로 반송하면서 이른바 '송달 파동'을 자처했다는 지적이다.
1년전 송달 반송한 일본, 자산매각 갈등 '예견된 사태'…향후 전망은
강제동원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2월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트윈트리 타워) 앞에서 일본정부와 기업에 대법원 판결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있는 모습.




전범기업 자산매각 관련 첫 '공시송달', 의미는?


4일 법원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지난 1일 일본제철(당시 신일철주금) 주식회사에 대해 △채권압류명령결정정본 △국내송달장소 영수인 신고명령 등을 해당 법원에서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며 공시 송달 결정을 내렸다.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매각과 관련해 공시송달 결정이 내려진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2018년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96)씨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데 따른 것이다.

공시송달 기간은 오는 8월 4일 0시까지로, 이 기간이 지나면 채무자인 일본기업들에 압류 관련 서류가 송달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면 법원은 직권으로 압류된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주식)에 대해 현금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현금화된 돈은 곧바로 피해자 측에 배상금으로 지급된다.

해외 송달의 경우, 각 나라별로 송달 담당을 맡는 곳이 있는데 설사 송달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소송은 별도로 진행된다. 그밖에 보충적인 방법으로 국제협약(헤이그협약)에 의한 송달이 있고, 우리나라 민사소송법도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법상 송달은 원칙적으로 서류를 직접 전달하는 것(교부송달)으로 돼 있다. 당사자가 서류를 직접 받지 못하는 경우, 직접 전달해주지 않더라도 법원이 서류를 보관하고 있으니 당사자가 언제든 찾아갈 수 있도록 한 취지다. 즉 당사자가 원한다면 언제든 서류를 받고 소송에 응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송달을 반송한채 이렇다 할 입장이나 의견을 직접적으로 내놓지 않고 있다.
1년전 송달 반송한 일본, 자산매각 갈등 '예견된 사태'…향후 전망은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2018년 10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서 이춘식씨(94)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착석하고 있는 모습.




전범기업 자산매각, 예견된 사태


일본 자산매각 절차는 지난해부터 본격 절차가 시작됐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지난해 5월 1일 일본제철 등 전범 기업들의 압류 자산을 현금화해달라고 대구지법 포항지원과 울산지법(후지코시 보유 주식회사 대성나찌유압공업 주식 7만6500주)에 신청했다.

이에 포항지원은 일본제철이 포스코와 합작해 설립한 합작회사 PNR 주식 19만4794주(9억7000만원 상당)에 대해 강제징용 피해자 대리인단이 신청한 매각 명령 심문절차를 개시했다. 대리인단은 일본제철이 PNR 주식 30%에 해당하는 약 234만주(약 11억원 상당)를 소유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포항지원은 지난해 1월과 3월에 일본제철과 PNR에 주식압류명령을 보냈다. 일본제철에 보낸 압류명령은 반송됐지만 PNR에는 송달이 돼 매각 절차가 진행이 됐다. 이와 관련해 대리인단은 채무자인 일본제철에 매각 명령신청과 관련한 의견이 있으면 60일 이내 서면으로 의견서를 제출해달라는 내용의 심문서를 대법원에 송부했고, 이를 접수한 법원행정처는 심문서를 일본제철로 발송했다.

심문서가 송달(소송 당사자나 소송관계인에게 소송 진행 사실이나 소송서류 내용 등을 알리는 것)된 뒤 60일 안에 답변이 없으면 법원은 심문절차 없이 매각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외무성은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이 압류됐다는 한국 법원의 결정문을 받고도 지난해 7월 19일, 반송 사유를 따로 밝히지도 않고 그대로 우리측에 돌려보냈다. 5개월 넘게 송달 절차를 지연시키다가 결국 거부한 셈이다.

이에 대리인단은 "한 국가가 헤이그송달협약과 같은 조약을 비준하는 것은 국제사회에 표명하는 법적 행위"라며 "1965년 이 협약에 서명하고 비준한 일본정부가 이를 위반한 것은 국제법 위반행위"라고 비판했다.

헤이그송달협약은 협약 체결국간 재판을 진행할 때 관련 서류를 송달하기 위해 맺은 국제 업무협약이다. 협약에 따라 한일 간 소송 서류는 한국 법원, 법원행정처, 일본 외무성, 일본 법원, 당사자 경로로 전달된다.

이밖에도 대리인단은 미쓰비시중공업 자산에 대한 강제 집행에도 나선 상태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대전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으로부터 압류한 미쓰비시의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에 대해 매각명령을 신청했다.
1년전 송달 반송한 일본, 자산매각 갈등 '예견된 사태'…향후 전망은




송달 기한 만료 후 절차는?…"사법부 판단 존중해야"


공시송달의 효력이 발생하는 오는 8월 4일 이후 절차는 어떻게 될까. 송달 기간이 만료되면 법원의 직권으로 사실상 압류 절차에 돌입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본제철 외에 다른 전범기업에 대한 자산매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과 달리 주식매각은 평가절차로 시작된다. 평가를 하고 입찰을 거쳐, 최종 낙찰까지 이어져야 하고 낙찰된 금액을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납입하는 과정까지 완료돼야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다고 봐야 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송달이 된 이상, 압류가 된 상태기 때문에(압류명령 효력이 발생해) 채무자쪽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부동산이 아닌 주식매각 절차인데다 외교적 문제라는 차원에서도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국내 일본 기업의 자산매각이 진행되면 보복조치를 하겠다고 평소 강하게 반발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송달 파동'이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거라는 전망과 달리, 일각에서 일본 내부에서는 사실상 자산매각을 저지하는 것을 단념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법부 결정이니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게 없다"는 반응이다. 매각될 예정인 자산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봉태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법무법인 삼일)은 "일본 내부에서도 한국에서 (법상) 강제집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다"면서 "상대적으로 사법부 힘이 약한 일본에선 대법원 판결과 별개로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봤는데, 한국에선 사법부 결정을 행정부가 막을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하고 실제 변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제철 주주총회에서도 한국의 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의견이 나왔고 실제 자산매각 금액도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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