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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빠지는 피의자 신문조서…'일제 잔재'가 낳은 '檢 특권'

[thel][기획]'조서없는 판사생활' 가능할까 ③

힘빠지는 피의자 신문조서…'일제 잔재'가 낳은 '檢 특권'
법정에서 발언하는 검사./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는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에 일종의 '특권'을 부여한다. 제312조 제1항에 따르면 진술자 본인이 '검찰에서 조서에 적힌대로 진술한 적이 있다'고 법정에서 확인하는 진정 성립만 하면 증거능력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어떤 과정을 거치든 검사가 진술만 얻어내면 조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진정 성립을 받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결국 검찰에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는 웬만하면 그 자체로 증거가 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특권의 탄생은 일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문준영 부산대 교수의 저서 '법원과 검찰의 탄생'에 따르면 그 시작은 일제가 제정한 조선형사령 제12조였다. 이 조문에 따르면 식민지 검사는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고 급속의 처분을 요한다고 판단되면 압수수색·검증·구인은 물론 피의자를 신문할 수 있었다. 일본 본국 검찰과 달리 식민지 검찰은 '급속의 처분을 요한다'는 요건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재량껏 조서를 생산해냈다.

이렇게 작성된 피신조서는 법령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증거능력이 부여됐고, 식민지 법정은 조서를 갖고 조서재판을 했다. 조선형사령 체제 하에서 식민지 검찰은 피신조서를 기반으로 막강한 수사권력을 휘둘렀던 것이다. 이는 식민지를 통치하기 위한 일제의 사법실험이었다. 이 실험은 일제의 경찰통치와 결합해 참혹한 인권유린을 낳았다.

광복 후 일제가 강제이식한 형사사법을 극복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검찰 피신조서 부분은 그대로 남았다. 당시의 반공주의가 그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문 교수는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하고 혐의를 부인하는 좌익사범을 처단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작성한 '신문조서'가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가 갖춘 틀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때 만들어졌다. 식민 형사사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여전했지만 6·25 전후 혼란 속에서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강제수사뿐 아니라 임의수사에서도 피신조서를 생산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이는 식민 검찰보다도 더 큰 권한을 검찰에 부여한 것이었다.

그리고 경찰 피신조서의 권한을 약화시켜 검찰이 경찰을 통제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당시 실질적으로 수사권력을 행사하던 것은 경찰이었고, 경찰 수사단계에서 고문 등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었다. 이를 끊어내고자 검찰에 통제권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는 검찰권 비대화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검사 출신 임수빈 변호사는 2017년 '검찰권 남용 통제방안' 논문에서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어떤 폐단을 불렀는지 지적했다.

"검사가 피의자를 상대로 무조건 공소유지에 유리한 내용으로 피신조서를 작성하기만 하면 그 조서는 실로 무소불위의 힘을 지니게 돼 어떤 피고인이라 하더라도 유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무모한 자신감 때문에 검사는 수사과정에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검사가 원하는 내용으로 피신조서를 작성하려고 애쓰게 됐다. 그 결과 검사는 인권을 옹호하고 공익을 대표해야 하는 검사 본연의 임무는 망각한 채 그 소중한 책무를 포기하게 됐다."

이 논문에서 임 변호사는 "'조서'라는 것이 태생적으로 왜곡의 위험성을 안고 있기에 형사소송에 있어 조서의 증거능력은 가능한 한 어렵게 부여되는 것이 옳다"며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약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조서재판을 끝내고 공판중심주의를 실현하려면 조서의 증거능력은 제한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이런 논의가 모여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 형사소송법은 범죄수사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물증이 부족해 조서에 담긴 피의자의 진술이 중요한 사건이 적지 않은데,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찰 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대폭 축소된다면 이런 사건은 기소 자체를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이완규 변호사는 "피의자의 자백을 조서에 담아두고 증거로 삼아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야 기소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피의자가 자백해도 재판에서 증거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검사로서는) 이 자백을 믿어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검찰 업무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 변호사는 우려했다. 이 변호사는 "피고인이 진술을 번복하면 증거가 없어지게 된다. 결국 피고인이 (법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유·무죄가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검사가 기소를 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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