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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 목우유마를 복제한 중달…영업비밀침해?

[the L][남 변호사의 삼국지로(law)]㉕

편집자주게임과 무협지, 삼국지를 좋아하는 법률가가 잡다한 얘기로 수다를 떨면서 가끔 진지한 내용도 말하고 싶어 적는 글입니다. 혼자만의 수다라는 옹색함 때문에 약간의 법률얘기를 더합니다.





공명의 목우유마를 복제한 중달은 영업비밀침해로 인한 책임을 져야 할까?




수 차례 북벌에 나섰으나 실패했던 공명은 여섯 번째 북벌에 나서면서 적어도 군량 때문에 철군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준비하면서 길이 험한 곳을 통해서도 쉽게 군량을 운반할 수 있도록 목우와 유마를 만들었습니다(기록은 존재하나 구체적 형태나 작동 원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없습니다만..).

공명은 일부러 목우와 유마의 일부를 중달이 뺏아 가도록 하였는데 중달은 뺏은 목우와 유마를 따라 만든 후 위군의 군량 운송에 이용했습니다.

한참 후 위군이 목우와 유마 2,000여 마리를 동원해 농서의 양곡을 운반할 때 공명은 왕평에게 지시하여 위군의 목우와 유마를 뺏아 오도록 하면서 위군이 추격해 올 때에는 목우와 유마의 혓바닥을 모두 거꾸로 돌려 놓고 퇴각하도록 하였습니다.

혓바닥을 거꾸로 돌려 놓은 목우와 유마가 움직이지 않는 사이 위연과 강유가 나타나 목우와 유마의 혓바닥을 돌려 다시 끌고 와 위군의 식량을 빼앗았다는 내용인데(목우와 유마의 혓바닥이 작동하는 원리를 모르는 위군이 촉군으로부터 뺏은 목우∙유마와 같은 기능의 목우∙유마를 만들었다는 내용인데 겉모양이야 흉내낼 수 있겠지만 작동원리를 모르면서 기능까지 같은 목우∙유마를 만들었다는 점에 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만..),

공명의 혁신적인 발명품인 목우∙유마를 중달이 복제하였다는 점은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영업비밀을 침해한 행위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 오늘은 영업비밀에 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영업비밀이란 무엇일까요?

대법원은 ① ‘상당한 노력에 의해 비밀로 유지될 것’을 영업비밀의 요건 중 하나로 보아 ‘그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그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그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라고 하면서 ② 경제적 가치를 영업비밀의 또 다른 요건으로 보고 있습니다.

두 가지 요건인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구체적으로 위 내용을 분석해보면 영업비밀은 i) 외부에 알려 지지 않은 실질적인 비밀이어야 하고 ii) 단순히 알려 지지 않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알려 지지 않도록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이 있어야 하며 iii) 이런 비밀은 경제적 가치가 있는 비밀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질적인 비밀성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미 알려진 내용이나 공지의 사실은 영업비밀이 될 수 없습니다.

비밀유지를 위한 상당한 노력의 측면에서 본다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하여 그 상태로 방치하는 것만으로는 영업비밀성을 인정 받을 수 없습니다(이전에 전직금지가처분에 관해 적은 글에서 ‘적지 않은 회사가 영업비밀의 침해를 주장하지만 영업비밀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내용을 적은 적이 있는데 거의 대부분의 경우가 이 요건 때문에 영업비밀성을 인정 받지 못합니다).

회사를 다니시는 분이라면 흔히 보시거나 경험하셨겠지만 ‘전자카드로 출입을 통제하거나’, ‘잠금장치를 달아 아무나 출입할 수 없도록 하거나’, ‘전산망에서 출력하는 경우 언제, 누가, 그 자료를 내려 받았는지를 문서의 상단에 나타내거나’, ‘표지에 대외비라고 적어 두거나’, ‘전산망에 접근할 때 패스워드를 입력하게 하는’ 등의 유∙무형적 방법이 모두 비밀로 유지하기 위한 상당한 행위에 해당합니다.

경제적 가치의 측면에서 본다면, 상당한 노력으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하였다 하여도 비밀로 분류∙특정된 당해 정보의 경제적 가치가 없다면 당해 정보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데,

거래처나 고객의 명단, 특정 제품이나 소프트웨어의 작동원리나 제조방법 등은 이러한 정보를 이용해 영업을 하거나 효율과 성능이 더 뛰어난 제품이나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사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당해 정보의 경제적 가치가 없는 경우는 드물겠죠).

자, 그러면 공명이 만든 목우∙유마를 복제한 중달의 행위는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일까요?

목우∙유마가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기능을 탑재한 혁신적인 물건으로 위군에게 목우∙유마의 기능이나 작동원리가 알려 지지 않았고 목우∙유마를 이용하면 험한 길이나 가파른 언덕에서도 효율적인 방법으로 군량을 수송할 수 있으니 경제적 가치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공명은 위군이 목우∙유마를 이용해 대규모로 군량을 수송할 때를 노려 위군으로부터 군량을 빼앗고자 왕평으로 하여금 일부러 목우∙유마를 위군에게 빼앗기도록 하였습니다.

비밀유지를 위한 상당한 노력이 없었다거나 위군으로 하여금 영업비밀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였다고 볼 수 있어 중달이 촉군(또는 공명)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겠네요.



지금보다 훨씬 이전의 시대이니 영업비밀이니 침해니 하는 개념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만 차분히 생각해 보면 의외로 우리의 직업활동 속에 적지 않은 영업비밀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이 부분을 간과해 알게 모르게 손해를 입는 일이 있어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영업비밀에 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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