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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펭수'를 부른 적 없다


국회는 '펭수'를 부른 적 없다
펭수가 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대화동 킨텍스에서 열린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자이언트펭TV' 로 TV부문 교양작품상을 수상하고 있다.




"미국 의회에 미키마우스가 출석하는 꼴 아니냐 나중에는 뽀로로, 로보카폴리도 증인 출석 요청할 거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의 발언이다. 조 의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코로나19 극복이라는 어려운 여건에서 진행되는 국감에 일부 야당들의 무분별한 증인, 참고인 신청을 보면 개탄스럽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의원의 지적은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조 의원은 "국감장에서 신원미상의 연기자가 탈을 쓰고 출석하게 됐다"며 "협상 과정에서 EBS 측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시민들의 걱정이 많다"고 했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 국회가 캐릭터를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부르냐"고도 강조했다.

그런데 조 의원의 발언을 꼼꼼히 살펴보면, 제대로 된 지적은 아니다.




국회가 부른 건 '가상 현실' 속 '펭수'가 아니라 이름 모를 '현실' 연기자



우선, 황보 의원이 신청하고 여야 간사가 합의해 EBS 국감 당일에 부르기로 한 건 '펭수'가 아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의결한 증인·참고인 명단에 따르면 15일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한 건 '펭수'가 아니라 '성명 미상'의 '펭수 캐릭터 연기자'다.

다시말해 국회가 부른 건 '남극' 출신으로 올해 11세, 생일은 8월8일, 키는 210㎝인 남극 '펭'에 빼어날 '수'를 이름으로 쓰는 '펭수'가 아니다. 국회 상임위가 여야 합의로 채택한 참고인은 성명과 연령을 알 수 없는 '대한민국' 국적의 '성인'으로 추정되는 '연기자'다.

국회는 '펭수'를 부른 적 없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여야 합의로 채택한 올해 국감 증인,참고인 명단 중 '펭수' 관련 부분. 국회가 참고인으로 부른 건 '펭수 캐릭터 연기자'다 /



애초에 국회는 '펭수 세계관'의 주인공 '펭수'라는 가상 '캐릭터'를 '현실 세계'인 국회 국감장에 부를 수도 없다. 국회 국감 증인·참고인에게 출석요구하는 근거 법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인데 이 법에서 당연히 전제하는 건 증인·참고인이 '사람'이라는 것이다.

조 의원은 미국의 미키 마우스, 한국의 뽀로로와 로보카폴리를 비슷한 예로 들며 "캐릭터를 의회에 부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 또한 잘못된 예시다. 이들은 '만화(애니메이션)'를 기반으로 한 '영상물'속 캐릭터들다. 만화가 아닌 실제 연기를 기반으로 활동 중인 '펭수'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르게 봐야 한다.

따라서 조 의원의 발언 목적과 취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로는 뽀로로나 로보카폴리를 국회에 부를 수 없는 게 맞다.

게다가 세계 여러 나라의 디즈니월드 퍼레이드 등에서 공연하는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 롯데월드 로티와 로리, 에버랜드 레니와 라라도 인형 탈 속에서 사람이 연기하지만 '펭수'와 질적으로 개념적으로 완전히 다르다. '펭수'는 동일인이 일관된 연기로 '펭수'의 '개성'을 유지하고 있어 연기자가 곧 '펭수'라는 캐릭터와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미키 마우스 등과 펭수는 저작권법 개념으로 검토해도 전혀 다른 캐릭터 범주에 속한다. 캐릭터에 대한 법적 권한을 따져야 한다면 펭수 캐릭터에 있어선 '신원 미상'의 연기자의 몫이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





"개념 챙겨"…미키 마우스, 뽀로로, 로보카폴리 따위와 펭수는 법적으로도 전혀 달라


국회는 '펭수'를 부른 적 없다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EBS '자이언트 펭TV'의 펭수가 20일 오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 방문하고 있다. 2020.1.20/뉴스1


참고인 신청의 적절성은 별도로 짚어 볼 대목이지만, 황보 의원이 부르고자 한건 누군지 모르는 '연기자'였지 '펭수 캐릭터'가 아니다.

관련 보도들이 국회가 '펭수' 혹은 '펭수 캐릭터'를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한 것으로 보도하면서 '오해'가 발생했지만, 처음부터 국회는 '캐릭터'가 아닌 '펭수'를 연기하는 '사람'을 참고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기자들도 '펭수 세계관'을 지켜주면서 기사를 쓰다 보니 독자들이 오독을 할 수 있을만한 내용으로 기사를 쓴 측면도 있다.

조 의원이 "국감장에서 신원미상의 연기자가 탈을 쓰고 출석하게 됐다"고 한 대목을 보면 조 의원 스스로 한 발언도 모순이 있다. 자신이 간사로 협상에 참여해 채택시킨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 EBS 관련 참고인에 대해 '연기자'라고 했다가 '캐릭터'라고 다시 말을 바꾼다.

결국 '펭수'라는 국감 참고인에 대한 이런 혼동과 논란은 '펭수 세계관'을 존중하고 싶으면서도 그 세계관을 떠받치는 연기자의 '노력'과 '헌신'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 스스로도 궁금해했기 떄문에 벌어진 일이다.



EBS와 '참치'외에 '광고 수익'도 나눠 받는 계약서 새로 쓴 '펭수'



2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펭수'는 좋아하는 '참치'를 제때 공급받고 있고, 그를 연기하는 '성명 미상'의 연기자도 펭수가 출연해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 등을 새로 맺은 계약에 따라 적절하게 배분받고 있다. 펭수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별도의 계약 조건이랄 게 없이 출연료만 받는 상황이었다. 이후 펭수의 인기로 수익 사업이 다양화되고 연기자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EBS 측은 매니지먼트 개념으로 새로 계약서를 작성해야만 했다.

'펭수' 측은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만약 황보 의원 측이 참고인 신청을 철회한다면 펭수 국감 출석 논란은 이대로 종료될 수 있다. 하지만 황보 의원 측이나 국회가 철회하지 않고 국감에 출석하기를 끝까지 바란다면, '비공개'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참고인이 중계방송 또는 사진보도 등에 응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표명하거나, 특별한 이유로 회의의 비공개를 요구할 때'에는 본회의 또는 위원회의 의결로 중계방송 또는 녹음·녹화·사진보도를 금지시키거나 회의의 일부 또는 전부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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