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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신체를 본딴 성기구 '리얼돌' 통관을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법원이 재차 판결했다. 2019년 대법원 판결 이후 리얼돌 통관을 둘러싼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판사 이상훈)는 지난 18일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한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제기한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A사는 2019년 10월 김포공항세관장에게 리얼돌 수입을 신고했다. 그러나 세관장은 리얼돌이 관세법 제234조 1호에 규정된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이에 A사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관세법에서 '풍속을 해친다'는 것은 단순히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하는 것"이라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성기 등의 표현이 다소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성기구의 본질적인 특징이나 성질이 달라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정상적인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할 정도에 이른다고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체와 유사한 성기구는 단순한 성적 만족뿐만 아니라 육체적,심리적 성기능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경우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 등에 비춰 물품의 용도나 목적을 고려해 음란성 여부를 다르게 판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2019년 대법원은 리얼돌 통관을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리얼돌이 인간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는 품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로도 리얼돌 통관을 둘러싸고 리얼돌 구매자·수입업자와 당국 사이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리얼돌의 경우 해당 제품의 외양이 얼마나 사람과 유사한지가 인간 존엄성 침해 등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듯하다"며 "이는 주관적인 판단 요소로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 통관소송 등 분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