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주년 3·1절인 지난 1일 시민단체들의 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경찰이 철제 펜스를 설치한 뒤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스1

지난해 광복절과 달리 이번 3·1절 광화문광장은 대규모 집회가 열리지 않았다. 법원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소규모 집회만 허용했기 때문이다.

한편에서 집회를 금지하려면 규모에 상관없이 전부 금지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만, 방역을 이유로 집회의 자유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더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26일 시민단체들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등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이유로 집회를 제한하는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낸 소송 10건에 대해 7건은 기각·각하하고 3건은 일부 인용했다.

3·1절을 앞두고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이 잇따라 집회 신청을 내면서 법원에 이목이 쏠렸던 것은 지난해 광복절 집회 때문이다. 서울시가 전광훈 목사의 집회를 금지해야 할 이유를 입증하는 데 실패하면서 광화문광장에 대규모 집회인원이 몰렸다. 이는 결국 코로나 2차 대유행의 빌미를 제공했다.

법원의 판단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이유는 지난해 코로나19 집단감염을 일으켰던 '광복절 집회'의 사례 때문이다. 당시 법원이 시민단체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자 집회는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리며 감염의 뇌관이 됐다.

다행히 이번 3·1절 집회는 큰 문제 없이 지나갔다. 서울시는 지난 2일 코로나19 온라인 브리핑에서 3·1절 집회들이 대체로 방역 수칙을 잘 준수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법원의 판단에 대한 갑론을박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도심 내 집회금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뉴스1

논란은 코로나 방역과 집회의 자유 중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하느냐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서울 지역에서만 3.1절 집회 1670건이 신고됐다. 예상 인원만 2500여명에 달했다. 서울시는 방역안전이 우선이라는 판단과 함께 참가자가 10명 이상이거나 집회 금지구역에 신고된 집회 등 102건에 대해 모두 금지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시민단체는 곧바로 "코로나19 방역 지침으로 인해 집회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방역안전과 집회의 자유 중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법원의 답은 20~30명 단위 소규모 집회를 허용해준 결정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방역안전도 중요하지만, 시민권 중에서도 본질적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집회의 자유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는 "집회의 시간과 규모 등을 불문하고 서울 도심 내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상당하다"고 밝혔다.

다만 "집회를 신고된 그대로 허용할 경우 집회 규모가 무질서하게 커지는 등 코로나19 확산 위험성이 예상보다 더 커질 우려가 있다"며 "집회를 20명 이내로 제한하는 등 원고의 신청을 일부분 인용하고, 나머지는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도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와 더불어 민주적 공동체가 기능하기 위한 불가결한 근본요소에 속하는 헌법상 기본권"이라며 "이로 인한 손해는 금전으로 보상할 수 없거나 금전보상으로는 참고 견딜 수 없는 손해"라며 원고의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집회 허용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규모 집회든 소규모 집회든 방역안전을 우선시하기로 했다면 다 똑같이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다.

이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어떻게 재판부 별로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가는 법원 조직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라며 "법관이 객관적으로 법리에 입각해서 판단을 내려도 결론은 판사에 따라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같은 집회 신청이라도 자세히 보면 주최 측에서 신고한 집회의 규모, 예상 참가인원, 방역수칙 준수 여부 등 사실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판단이 어느 정도 갈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판사는 "집행정지 신청의 판결문을 보면 신청 취지가 비슷한 것도 있지만 꼼꼼하게 읽어보면 사실관계가 조금씩 다르다"라며 "그 사실관계에 따라 재판부가 다른 판단을 내리게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