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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실의 시대, 윤석열 떠난 檢 차기총장의 조건 [서초동36.5]

편집자주많은 사건들이 서초동 법조타운으로 모여 듭니다. 365일, 법조타운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인간의 체온인 36.5도의 온기로 세상을 바라보고자 합니다.
지독한 '상실의 시대'다. 보편적 가치가 무너지고 상식이 통용되지 않지만 누구도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시대. 도덕의 상실, 양심의 상실 그리고 상식과 정의가 위태롭게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목도하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판을 흔들고 있는 'LH사태' 뿐이 아니다. 검사가 문서를 위조하고 공무원이 감사원 감사를 막기위해 서류를 파기했으며 피의자 신분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의 소환도 거부했지만 차기 검찰총장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작금의 사태를 보며 우리가 한번 쯤은 들어봤을 환상소설인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그림자를 판 사나이'를 떠올려본다. 소설 속 주인공은 회색 옷을 입은 신사를 만나게 되고 그림자를 넘겨주면 금화가 한없이 나오는 주머니를 주겠다는 제안을 받게된다.

가난했던 주인공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생각한 그림자를 주고 금화 주머니를 선택한다. 부자가 됐지만 주인공은 이내 이 거래를 후회한다. 그림자가 없어지면서 이상한 사람이라며 손가락질 받았고 악마로까지 몰리면서 고통의 삶을 살게 된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교훈은 지극히 간단하다.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그 가치를 깨닫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림자 따위를 어디다 쓸까'하며 사소하게 치부한 결과는 참혹했다. 환한 빛을 받으면 등 뒤로 길게 드리워지는 그림자는 실은 자신이 존재한다는 증거였고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요소였던 셈이다. 때문에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더이상 빛 가운데 나서지 못하게 되었고 낮의 삶을 반납한 채 어둠에 갇혀 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검찰도 그림자와 같다고 본다. 누군가는 정권의 시녀, 검찰권의 과도한 행사, 검사들의 일탈 행위 등을 부각시키며 검찰을 해체하여 공소청으로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인다. 법의 수호자로서 공익을 대변하지 못한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 되어 수사권 조정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까지 등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지만 검찰이 부정부패나 거악을 척결했던 '공(功)'을 무(無)로 돌리고 폄하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그림자로 치부되어 검찰의 부패척결 순기능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누가 가장 좋아할까? 국민일까? 아마도 지금도 부정부패를 일삼고 있는 또는 범죄를 준비하고 있는 검은 세력들일 것이다.

서초동에서는 차기 검찰총장이 누가될 것인지를 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검찰 조직에서는 신망을 잃었지만 친여 성향이 뚜렷한 이성윤 지검장이 낙점을 받을지 아니면 올드보이의 귀환이라 칭해지는 정권 초 친여 성향이 두드러졌던 구 검찰 인사들이 선택을 받을지 관심이 높다. 후보는 많지만 어떤 경우든 친정부 인사가 결국 낙점 받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검찰개혁의 가장 큰 방점은 정치적 중립성에 있었다. 차기 총장 인선에 있어 정치적 색채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면 이는 그림자를 판 사나이와 같은 과오가 됨을 알아야 한다.

차기 총장은 '중립성 위기'에 빠진 검찰이 제 위상을 찾고 절대악에 대항할 수 있는 조직력 그러면서도 검찰권 행사에 절제의 미학을 보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수사하되 절제하고, 처벌하되 절차를 지키고, 국가와 국민을 지키며 통렬한 자아성찰을 할 수 있는 검찰을 만들어 나갈 사람이어야 한다. 헌법을 수호하고 범죄와 부정부패에 대해서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근절하여 선량한 국민의 피해를 막고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시키기 위한 철저한 법수호 의식이 선제 조건이 되어야 할 것이다.

소설속 그림자를 판 사나이는 악마와의 영혼 계약으로 삶의 쾌락을 계속 얻고자 했던 괴테의 작품 속 파우스트와 다른 길을 걷는다. 그림자도 금화 주머니도 다 줄테니 영혼을 달라는 회색 신사의 유혹을 물리친다. 그는 고물상에서 얻은 헌 구두를 신고 전세계를 다니며 자연과학 연구에 몰두하게 되고 외롭지만 고요한 행복과 안식을 얻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우리는 그림자가 없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후회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유능하고 강직한 검찰 총장을 만날 권리가 우리 국민에게는 있다.

법의 수호자로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하는 검찰총장, 순간의 이득을 따르지 않으며 사회 정의를 위해서 뚝심있게 일해줄 유능한 총장을 바란다. 상실의 시대가 우리 사회를 모두 집어삼키기 전에 말이다.



배성준 부장(법조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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