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1' 시리즈 s21, s21 플러스, s21 울트라를 공개한 1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요즈음 판매되는 전자제품을 보면, 외관은 종전에 비해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이나, 기능은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느낄 정도로 뛰어나 사용자에게 주는 편리함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전자제품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두뇌 역할을 하는 것이 전자회로인데, 전등을 켜고 끄거나 빛의 세기를 조절하는 것과 같은 간단한 기능은 소수의 반도체 소자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의 분리형 전자회로(Discrete Circuit)로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나, 전자제품의 발전에 따라 복잡하고 고도화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도체 소자들로 전자회로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전자회로를 단순한 구조의 분리형 전자회로로 구성할 경우 지나치게 큰 부피가 요구되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오늘날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는 대개 20억~400억 개의 반도체 소자(트랜지스터 등)를 포함하는 전자집적회로(Integrated Circuit)로 구성되어 있는데, 만약 이를 전자집적회로가 아닌 분리형 전자회로로 구성한다면 100헥타르(1㎢)의 면적이 필요할 정도라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집적형 전자회로, 즉 전자집적회로가 개발되었고, 전자집적회로로 인해 전자제품(특히 컴퓨터)의 크기가 획기적으로 소형화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소모되는 전력도 크게 줄어들었는바, 오늘날의 정보기술 혁명은 모두 전자집적회로 덕분이라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이 인류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전자제품을 만들어 유통하기 위해 고도의 기술이 반영된 전자집적회로가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은 반도체 산업과 정보통신 기술 발달을 촉진하는데 관세가 장애요소를 작동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WTO 협정국간 전자집적회로에 대한 관세율을 0%로 정하고 있고, 이를 우리나라도 관세법으로 수용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전자집적회로는 0% 관세율을 적용받아 무관세로 수입된다.

한편, 우리나라 관세법은 이와 같이 0%의 관세율이 적용되는 전자집적회로의 개념을 '수동소자 또는 수동부품 및 능동소자 또는 능동부품을 고밀도로 조합시킨 초소형화된 장치로서 단일유닛으로 간주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고, 단일유닛으로 간주되기 어려운 '다른 디바이스'가 부가된 것은 전자집적회로에서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어떠한 물품이 전자집적회로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해당 물품을 구성하는 부품 중 '다른 디바이스'에 해당하는 부품이 포함(부가)되어 있는지에 대해 판단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종종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세관당국에서는 해당 규정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무관세로 수입되는 경우를 줄이려는 입장을 취하여, 해당 물품을 구성하는 부품 중 일부가 절연되어 전류 흐름과 무관하다는 것을 이유로, 그 절연된 부품은 위 '다른 디바이스'에 해당하고, 해당 물품은 '다른 디바이스'가 부가된 것이라 전자집적회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판단하에 관련 관세를 추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최근 전기적으로 절연되어 있는 부품을 포함하고 있더라도 그 부품이 다른 부품들과 마찬가지로 '수동소자 또는 수동부품 및 능동소자 또는 능동부품'으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해당 부품이 단순한 기계적인 조립이 아니라 전자집적회로 제조공정 과정에서 전기도금 기술, 즉 관세법상 인쇄회로의 인쇄처리 방식 중 하나인 '도포'의 방식으로 형성된 이상, 이는 전자집적회로를 구성하지 않는 '다른 디바이스'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이러한 법원 판결은 어떠한 부품이 전기적으로 절연되어 있는지 여부와 같은 물리적, 구조적 성질이 아니라 그 실질적 기능과 역할을 기준으로 단일의 전자집적회로를 구성하는지, 아니면 '다른 디바이스'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한 것으로 이해된다.

실질적 기능과 역할을 기준으로 단일의 전자집적회로를 구성하는 이상, 그 물리적, 구조적 성질을 이유로 전자집적회로로의 분류를 거부하는 것은, 그 기능적 유용성을 이유로 전자집적회로에 대한 0% 관세율 적용을 통해 반도체 산업 및 정보통신 기술 발달을 촉진하고자 한 취지를 훼손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위와 같은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강찬 변호사

[강찬 변호사는 관세 관련 쟁송 및 자문 사건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2012~2013년 서울세관 심사총괄과에서 근무했고, 2016년부터 2020년 초까지 관세평가분류원 관세평가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로열티 관련 관세포탈 조사대응, 이전가격과 특수관계 영향 관련 관세부과처분 취소소송 등 각종 관세부과처분 취소심판 및 취소소송, 재산국외도피 조사대응 등을 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