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2019년 3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녔던 A군(18)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B양을 만나 사귀었다. 둘은 교제를 이어나가다 같은해 9월 헤어졌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끝나지 않았다. A군은 B양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빌미로 지속적으로 B양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A군은 자신과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사진과 동영상을 SNS 등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협박에 못 이겨 B양은 A군과 7차례에 걸쳐 원치 않은 성관계를 가졌다. 또 A군은 교실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는 B양을 주먹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A군은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폭행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B양을 협박하고 폭행한 혐의에 대해선 부인했다.

A군 측은 "연인 사이였던 이들이 헤어진 이후 자주 만났고 문자메시지와 친구 관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보면 A군이 B양을 협박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며 "장난식으로 B양을 촬영하거나 옷을 들쳐 올리는 행동에 대해선 현재 반성하고 있지만 B양을 강간하고 폭행했다는 부분은 억울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맡은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피해자인 B양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서까지 한 증언이 구체적이고 본인에게 불리하다고 느껴지는 내용까지 진술하고 있어 신빙성이 있다"며 "2019년 9월9월 B양과 나눈 문자메시지를 봤을 때 B양을 협박했다는 사실도 인정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A군이 교제하던 동급생 B양을 강간, 폭행하고 의사에 반해 신체 등을 촬영해 사안이 무겁다"며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현재 피해자가 A군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피고인이 만 18세 소년이고 이 사건 전 형사처벌 전력이 없다는 것을 고려했다"며 A군에게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보호관찰 2년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