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문의 02-724-7792

칼럼

우주여행은 면세일까

[the L]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켄트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19일(현지시간) 워싱턴주 켄트에서 열린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우주탐사 기업 블루 오리진의 우주 관광 로켓 '뉴 셰퍼드 유인 캡슐' 탑승권 응찰가가 1차 입찰서 240만 달러(약 27억1천920만 원)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 AFP=뉴스1

애덤스미스는 그의 책 '국부론'에서 '관세는 태곳적(time immemorial)부터 존재했다'고 적고 있다. 창세기 1장의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문구를 떠올리게 하지만 사실은 인류의 기억과 지혜로는 그 시작을 알 수 없다는 뜻일테다. 호머의 '일리아드'를 보면 "바다를 건너온 페니키아인이 시돈(그릇으로 유명했던 도시국가로 현재 레바논에 같은 이름의 도시가 있다. '안성맞춤'의 어원이 된 우리나라의 '안성'과 같은 곳이랄까) 사람이 정성스럽게 만든 은기(銀器)를 왕에게 선물로 바쳤다"는 대목이 나온다. 누군가는 저 은기처럼 '상인이 무역을 할 나라로부터 보호를 받고 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통치자에게 바친 선물'에서 관세가 태동한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지금에야 많은 사람들에게 관세는 면세점을 들를 때나 이른바 '해외직구'를 할 때 성가시게 여기는 정도의 세금이 되었지만 역사로 따지자면 관세를 따라올 세금이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금'이라 하면 소득세나 법인세 또는 부가가치세를 떠올리지만 이 세목들은 관세에 비하면 비교적 최근에야 '발명'된 것들이다. 소득세는 19세기 즈음 영국이 나폴레옹 전쟁의 전비(戰費)를 마련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그마저도 잠시 부과하다 그만두었다. 소득세를 부과하려면 국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일일이 들여다볼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국민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때문이다. 매년 자신이 벌고 쓴 돈을 꼬박꼬박 국가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는 것을 신성하게까지 여기는 후손들을 그 당시 사람들이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부가가치세가 만들어진 것은 더욱 최근이다. 적어도 우리 아버지 세대에게는 부가가치세가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처럼 '이 세상에 없다가 생겨난' 새로운 발명품이었을 것이다. 부가가치세는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유럽에서 '발명'되어 우리나라에는 1970년대에나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연 3%가 될지도 모른다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부가가치세가 도입되면서 소비재의 물가가 단번에, 그것도 품목을 가리지 않고 거의 예외없이 10% 인상되었던 셈이다.

그러나 경제성장에 목말라 있던 그 시절에 들여온 부가가치세제의 도입 명목은 다름 아닌 '수출 경쟁력의 확보'였다. 물건을 수출하는 수출자는 자신이 물건을 사면서 냈던 부가가치세를 돌려받고, 이를 외국에 되팔 때에는 부가가치세를 징수하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영(0)세율' 제도 덕분에 종전에 각종 개별소비세를 얹어 팔던 물건을 이전보다 싸게 팔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일부 주(州)에 유사한 성격의 소비세가 있을 뿐 유럽이나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의미의 부가가치세는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

세금의 역사를 보면 '태초부터' 과세대상이었던 것은 없다. 세금은 정부가 어디에다 세금을 매겨 국민에게 고지서를 날릴지 부단히 고심한 결과들일 뿐이다.

바야흐로 우주 시대다.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 등 세계적인 갑부들이 앞다투어 우주 산업에 뛰어들었고, 이미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여행에 여러 차례 성공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우리 땅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로켓 누리호를 발사했다. 2030년까지는 달 탐사선을 쏘아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페니키아인이 왕에게 은기를 바칠 때에는 상상도 못했던 시대가 도래했다. 아마 정부는 '우주세(宇宙稅)'라도 만들어 보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지 않을까. 아닌게 아니라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민주당 소속 얼 블루머나워 하원은 우주여행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하면서, 그 법안을 이른바 '우주세법(Space Tax Act)'라고 이름지었다고 한다. 우주가 부유층을 위한 면세 휴가지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주 비행은 탑승객 1인당 탄소배출이 대서양 횡단 비행보다 60배나 많고, 자동차로 지구 한 바퀴를 돌 때 나오는 배출량에 맞먹는다"라고도 지적했다.

거꾸로 우리나라에서는 우주비행체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공급하는 경우에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다. 이미 지금도 우주비행체나 인공위성을 수입하는 경우에는 관세를 납부할 필요가 없다. 결국 우주와 관련된 세금도 정책의 방점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과세와 면세가 갈리는 것이다. '태초부터' 과세대상이었던 것은 없다.

이정렬 변호사
[ 이정렬 변호사는 화우 조세그룹에서 관세 관련 쟁송 및 자문 사건을 주로 수행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에서 조세법 석사학위를 취득하였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20년과 2021년 Asia Pacific LEGAL 500 Leading Lawyer에서 조세부문 Rising Star로 선정된 바 있으며, 현재 국제조세협회 YIN한국지부 이사 및 한국지방세학회 청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

목록
 
모든 법령정보가 여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