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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골때녀' 사태에서 '그알' 논란이 떠오르는 이유[우보세]

[우리가 보는 세상]제주 오픈카 안전벨트 사건에서의 그알식 '편향' 편집과 골때녀 편집조작의 유사성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 제작진은 시청자들이 편집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이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사과가 비교적 빨랐지만 메인 프로듀서(PD)를 비롯해 제작진이 교체되는 등 후폭풍을 크게 겪었다.

조작을 인정한 후 처음 방송을 내보낸 지난 5일 개선사항 4가지도 공개했다. △전·후반 진영 교체 △중앙 점수판 설치 △경기감독관 입회를 통한 공정한 진행 △홈페이지에 경기 주요 기록공개 등이다. 요약하자면 편집으로 경기 내용의 순서나 결과를 '조작'할 수 없도록 시청자가 감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골때녀'사태를 보고 떠오른 같은 방송국의 다른 프로그램이 있다. 인기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다.

그간 논란이 된 방송 주제가 많지만, 최근의 사례만 예로 들어 보자. '제주 오픈카 안전벨트 사건'이다.

큰 관심을 끌었고, 그알이 편집해 보여준 의도대로 여론이 움직였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 결과는 전혀 다른 사실을 보여줬다. 그알은 사건에서 '사망'이 '사고'가 아니라 '살해'라는 의혹을 시청자들이 가질 수 있게 프로그램 내용을 구성했다. 골때녀에서 경기 순서를 뒤바꾸는 편집으로 더 큰 감동과 재미를 억지로 이끌어내고자 했던 것과 그알에서 사건을 둘러 싼 전후 사정을 모두 보여주지 않고 한 방향으로 읽히도록 배치한 편집행태는 매우 비슷하다. 최대한 시청률이 잘 나오도록 자극적인 그림이나 극적인 스토리텔링을 만드는 식이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수사·재판이 예정돼 있거나 진행 중이었다. 사법 절차에 그알은 스스로 의도했든 안 했든 사실상 개입하는 결과를 낳았다.

'살인'이 아니고 '음주 교통사고'라는 결론이 일단 법원에 의해 내려졌다. 하지만 여전히 그알식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의 살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그알은 여기에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지난해 12월16일 제주법원 2층 법정에선 소란이 있었다. 제주 오픈카 사건 1심에서 고의 교통사고로 안전벨트를 안 맨 여자친구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피고인 남자친구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피고인의 어머니는 오열했다.

그는 "판사님 감사합니다"라고 외친 뒤 "그알 어딨어? 그알 가만히 안 둘거야", "그알에 사과 방송 요구할거야 그동안 너무 억울했어!"라며 울부짖었다.

한참을 큰 소리로 울며 같이 방청한 가족들과 부둥켜안던 어머니는 법원 건물 앞에서 한 공중파 카메라가 인터뷰를 시도하자 "방송 카메라 무서워요! 저 방송국 싫어요! 너무 끔찍해요"라고 소리를 쳤다.

골때녀 편집 조작 사태가 '예능의 다큐화'라는 결론을 낳았다면, 그알의 문제는 '다큐의 예능화'다. 그알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줘야 하는 '보도' 프로그램이 아니다. 그런데 시청자들은 그알을 '보도 프로그램'처럼 인식한단 점을 그알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알의 특기는 편파적 편집 기술이 아니다. 필리핀 관광객 연쇄 납치 5인조 사건을 끈질기게 다뤄 사법처리될 수 있도록 국민적 관심을 이끌어 준 전성기 그알의 활약상을 되찾길 기대한다.

유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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