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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징계요구' 검토만 하다 이첩한 공수처..."인권친화 기구 맞나"

(과천=뉴스1) 이승배 기자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출범 1주년을 맞아 외부인사 초청 없이 직원 28명만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기념행사를 열 예정이다. 2022.1.21/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재판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을 노출한 혐의로 고발당한 현직 검사 사건을 반년 가까이 검토만 하다 대검찰청에 이첩했다. 법조계는 "공수처가 지지부진한 사건 처리로 피해자의 고통을 키우는 인권침해 기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당한 A 검사 사건을 지난 5일 대검에 단순 이첩했다.

지난해 6월 충북스쿨미투지지모임은 학생들에 성희롱을 한 혐의로 기소된 중학생 교사의 재판 과정에서 A 검사가 피해 학생의 신상을 노출해 2차 피해를 야기했다며 A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했다.

지지모임은 "피해자는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재판 내내 가명을 사용했지만, 검찰은 1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의 성(姓)을 노출했다"며 "흔하지 않은 성씨여서 피해자 특정이 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판사 역시 방청석에 앉아있던 피해자를 공개적으로 지목해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피해자를 알 수 있게 했다"며 "이로 인해 가해자 가족이 피해자에게 접근해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퍼부었고, 협박성 편지를 보내거나 회유를 자행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지지모임은 공수처에 해당 검사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도 해당 검사와 판사를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12월 징계 요구를 인정했다.

반면 공수처는 6개월 간 고발인 조사도 없이 검토만 하다 지난 5일 사건을 대검에 넘겼다. 공수처 관계자는 "다른 수사기관에서 수사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규정에 따라 이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 변호인 최정규 변호사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고발은 공수처를 무조건 거치도록 만들어놨는데 사건 담당 기관을 분류하는 과정이 6개월 이상 걸리는 건 피해자에게 가혹하다"며 "피해자는 가해자, 검·판사의 2차 피해, 여기에 공수처와도 싸워야하는 상황이 됐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도 인권 친화적인 수사기구가 되겠다던 공수처가 오히려 피해자 인권을 해친 셈이라며 앞으로는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별다른 수사 없이 이첩을 결정하는 거라면 보통은 길어야 1달이면 충분한데 단순 검토에 6개월이나 걸렸다는 건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간절히 원하는 피해자와 고발인의 바람을 저버리는 것이고, 더 나아가 고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또다른 법조계 인사도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을 넘어 빠르고 정확한 사건 처리를 통해 피해자의 고통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며 "오늘로 공수처가 출범 1년을 맞은만큼 앞으로는 단순 이첩이라면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정해 최대한 빠른 판단을 내리는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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