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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영남 무죄' 받아 낸 음대 출신 변호사 "문화예술계 새 판례 만들고파"

[MZ 변호사가 뜬다] 강애리 변호사

편집자주젊은 변호사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분야와 위치에서 MZ세대 변호사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전합니다.


강애리 변호사 /사진=김휘선 기자

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MZ세대 변호사가 있다. 서울대 음대 작곡과를 나오고 카이스트문화기술대학원에서 전시기획을 전공했던 강애리 변호사(동부법률사무소)다.

강 변호사는 이른바 '그림 대작'사건에서 사기 혐의로 기소됐던 가수 조영남의 3심 변론을 맡아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국선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학부때 음악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전시기획을 공부했다. 현재는 문화예술 분야 법률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창의적인 일'을 꿈꾸던 예술전공자 출신으로 강 변호사는 문화예술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새로운' 법리해석을 개척하고 싶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강 변호사는 문화예술인들에게 '계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고 한다. 법률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선 계약서를 제대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단 갈등이 벌어진 뒤에는 명백한 결론을 얻고 갈등에서 벗어나기위해선 소송 등 법적 다툼을 두려워하지말라는 게 강 변호사의 조언이다.




작곡가→라디오 PD→변호사로 꿈이 변하기까지..."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음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된 이유가 뭔가

▶10대, 20대 때는 한 분야에 정착하지 못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를 했는데 어느 날 문득 이대로라면 나는 그냥 회사원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만들겠다며 서울대 작곡과에 입학했습니다. 작곡과에 가보니 재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입학 후 일찍부터 라디오 PD란 새로운 꿈을 찾아 언론사 입사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3년 동안 계속 떨어졌어요. 그러다 언론사 입사 시험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로스쿨 시험을 본 거죠. 로스쿨에 입학해서도 여전히 이 길이 맞나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변호사 일을 해보니 적성에 아주 잘 맞습니다.

-음악을 전공했는데 미술 관련 소송을 더 많이 맡는다. 접점이 있나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전시기획을 공부했습니다. 로스쿨 입학으로 졸업까지 하지는 못했지만 당시에 작가들과도 친해지고 갤러리를 하시는 분들도 알게 되며 미술 분야에 네트워크를 쌓았습니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 그분들을 상담해드리다 보니 사건 수임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된 겁니다. 하나 더 말씀드리자면 아무래도 음악은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분쟁이 생겨도 소송 전에 조정을 하거나 합의를 해서 해결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음악보단 미술 분야 사건을 더 많이 맡고 있습니다. 대체로 그림을 사고팔 때 생기는 문제들입니다. 작가와 갤러리, 작가와 구매자, 갤러리와 구매자 사이에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력 중에 조영남씨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사건은 어떻게 맡게 된 건가

▶무엇보다 판례가 없는 특이한 사건이었고, '현대 미술'을 뭐라고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이념적인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손을 움직이고 몸을 쓰는 노동의 가치, 그리고 작품의 시작이 되는 창의적인 발상의 가치를 어떻게 비교 형량할 것인지에 대한 가치관의 문제가 개입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대법원 국선변호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제가 국선 변호인으로 선정이 됐습니다. 바로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미술 분야에 관심이 있고 제가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리고선 제게 맡겨주신 겁니다.

-당시 조영남씨 무죄를 이끌어내고 심정이 어땠나

▶보람 있었습니다. 조수들이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그림을 판매한 것이 왜 구매자에 대한 기만이 아닌지에 대해 설득해야 했습니다. 법리적인 부분에서 보면 당연한 결론이었지만 제 변론을 보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특히 공개 변론이다 보니 부담감이 컸습니다. 철학과 이념의 가치가 개입되어 있어서 어려웠는데 보는 이들을 설득한 거라 기뻤습니다.

(조영남씨는 오랜 기간 고용했던 대작 화가의 폭로로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작품 구매자들에 의한 고소가 이어지자 검찰은 2016년 조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2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강 변호사가 변호한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확정했다.)

-당시 조씨의 혐의가 사기죄였다. 형사 사건도 활발하게 맡는 것 같다

▶변호사가 되어 맡았던 첫 사건이 형사 사건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경찰에 잡혀 온 대학생을 유치장에서부터 상담을 진행하며 재판까지 맡게 되었습니다. 1심에서 무죄를 받았는데 구치소 내에서 소문이 난 겁니다. 그렇게 한 건 두 건 맡다 보니까 형사 사건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저처럼 바로 개업한 변호사들은 형사 사건을 맡을 기회가 많이 없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전관의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체로 형사 사건은 전관 변호사들에게 맡겨집니다. 그런데 저는 첫 시작을 형사 사건으로 시작해서 민사보다 오히려 형사 사건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강애리 변호사 /사진=김휘선 기자



"문화예술 계약서 작성할 때 전문가 도움 받아야 법적 분쟁 예방할 수 있어"


-문화예술계에서 법적 분쟁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무래도 계약이 문제입니다. 문화예술 산업 전반에 걸쳐서 계약을 느슨하게 맺는 경향이 있습니다. 계약서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각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겁니다. 전시도 잘 되고, 곡도 잘 팔리고 모든 게 처음 예상한 대로 흘러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그림을 팔았는데 구매자가 환불해달라고 할 때,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이 없으니 해결 과정에서 갈등이 생기는 거죠.

사업이 예상치 못하게 너무 잘됐을 경우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뽀로로'의 저작권을 둘러싼 소송이 대표적입니다. 제가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공동제작사인 오콘에서 사내 변호사로 일했었는데, 처음엔 제작사들도 뽀로로가 그렇게 잘될 줄 몰랐던 겁니다. 테마파크, 음원 등 사업 분야를 나눠서 계약을 했고 반반씩 수익이 날 것 같았는데 하다 보니 한쪽 수익이 더 커지는 거죠. 결국 길고 긴 저작권 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계약을 모호하게 하니 변수가 생기면 서로 불만이 쌓이고 감정적으로도 나빠집니다. 앞으로 일어날 변수를 충분히 예상해서 계약서를 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는 겁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표준계약서가 쓰이면서 점차 상황이 나아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계약과 관련된 분쟁이 많습니다. 뭐든 예방이 쉬우니 법률 분쟁도 예방 차원에서 계약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기를 권해드립니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종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미술이든 음악이든 업계가 워낙 좁다 보니 분쟁이 생겨서 소송까지 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많이들 가지고 계십니다. 자신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나서 앞으로 일을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 앞서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갈등이 생겼을 때 가장 깔끔하게 푸는 방법은 재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재판으로 가는 과정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각자 다른 생각의 중간 지점에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으니 재판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법원의 판결이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습니다. 의외로 의뢰인들 대부분은 재판이 끝나면 후련하다고 하십니다. 명백하게 결론이 났고 분쟁이 마무리됐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겁니다. 재판을 통해 사건을 종결하고 갈등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품활동을 하는 것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로 설득하는 변호사 일, 적성에 맞아...새로운 법리적인 해석 개척하고파"


-작곡이나 라디오 PD의 꿈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나

▶지나온 길에 대한 후회는 없습니다. 제 이력 덕분에 다른 변호사들이 잘 안하는 문화예술 분야 사건을 많이 맡고 있습니다. 변호사 일이 적성에 잘 맞습니다. 글을 써서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에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재판은 미국식 재판과 달리 구두변론보다는 서면에 기반해 판단합니다. 제가 글을 쓰는 게 느리고 수정을 많이 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법리적으로 설득하는 글을 쓰는 것에 소질이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변호사는 파티 플래너가 아니기 때문에 항상 갈등이 있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변호사 일을 할 때 사람을 대하는 게 힘든 부분 중에 하나인데 저는 평정심이 있는 편이라 감정적으로 휘둘리지 않고 의뢰인들도 그런 저를 편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변호사 일이 적성에 맞다고 하셨는데 일이 재미있나

▶변호사 일이 재밌으면 안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형사 사건은 한 사람의 인신을 구속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고, 민사 사건도 의뢰인들은 자신의 인생을 건 중대한 재판이기 때문입니다.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일에서 재미를 느끼는 순간을 꼽으라면, 재판이라는 대립의 상황에서 판도를 읽어내서 적절한 말과 행동을 취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올 때 재미를 느낍니다. 그런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참 많습니다. 제 의뢰인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서 기뻐하고 고마워하실 때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나

▶의뢰인으로 하여금 법이 내 편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늘 의뢰인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내는 걸 목표로 두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는 제 전공 분야에서 새로운 법리적인 해석이나 판례를 만들어서 개척해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문화예술·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표준이 될 수 있는 판례를 만들고, 그걸 통해서 해당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조영남 선생님 사건도 그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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