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2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해군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9주년 국군의날 기념식 미디어데이에서 도열해 있는 천궁(MSAM) (방위사업범죄 등 기사의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뉴스1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방위사업범죄에 대한 국가 대응력이 크게 약해질 것이라는 검찰 내 우려가 나온다. 민간과 군 수사기관 사이 협업이 약화되는 반면 증거인멸 가능성은 높아져 유죄 입증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성민 의정부지검 공판송무부장은 전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이 법(검수완박 법)을 만드신 분들께서 방위사업수사의 특성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신지 궁금하다"며 "공청회나 의견 조회 없이 단기간 내 마치 끼워팔기처럼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것인지 황당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27일 본회의에 상정한 검수완박 법 중 하나인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 범죄 범위에서 방위사업범죄를 뺐다. 수사하는 검사와 기소를 하는 검사를 분리하도록 한 것도 주요 내용이다.

방위사업범죄는 '방위력 개선, 방위산업 육성, 군수품 조달 등 방위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범죄'를 뜻한다. 박 부장은 이 범죄 수사에 △고도의 전문성 △민간과 군 수사기관의 협업 △수사검사의 재판 직관(직접 참여)이 필수적이라며 검수완박 법을 비판했다.

박 부장은 "방위사업수사는 기본적으로 국방조달 절차, 방위력 개선 사업(무기 구매·개발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그래야 어떤 단계에서 담당자가 절차를 위반했는지, 무기 성능이 어떤 측면에서 미달됐는지, 원가 산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원가를 부풀렸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방위사업은) 우리가 접해보지 않았던 분야로서 기본적인 용어, 해당 분야 실무, 개별 물자 성능, 납품구조, 운용 실태 등에 대해 치밀하게 사전 연구를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조사 대상자들로부터 비웃음을 살 게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위사업수사를 담당한 검사들은 그 동안 검찰에 쌓인 자료 등을 활용해 별도의 '스터디'도 진행한다.

검찰과 국방부 검찰단(군검찰)의 협업 필요성은 검찰이 군사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못한다는 특수성 등에서 발생한다. 박 부장은 "군검찰이 민간인에 대해 그렇듯 검찰은 군인을 상대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할 수도, 기소할 수도 없다"며 "대부분 방산비리 사건은 현역·전역 군인, 방산업체, 브로커 등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군대의) 폐쇄적인 계급구조로 인한 진술증거 확보가 어렵고 무기 조달이 수년 이상 걸려 범행 기간 또한 길다"며 "첩보 입수와 분석, 수사 대상 사건 선정, 수사 계획 수립, 군사시설, 군과 민간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 소환조사 신병처리, 기소, 공소유지 전 과정에도 군검찰과 치밀하고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방위사업수사부에 국방부 수사단이 상시 파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2020년 군사고등법원장 뇌물수수 사건에서 그가 수사 도중 파면돼 민간인 신분으로 변경됐음에도 검찰에서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발부받아 수사 공백이 없었다"며 "이 사건을 개별적으로 진행했다면 국방부 검찰단에서 사건을 관할 검찰청으로 이송하고, 관할 검찰청 검사가 기록을 검토하는 '불필요한 지연'이 일어나며 증거인멸 행위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조직 내 방위사업수사단을 별도로 꾸릴 가능성도 낮아보이지만 만든다 하더라도 국방부에서 수사단을 파견할 것인지는 미지수"라며 "국방부에서는 수사 보안을 이유로 현역 군인에 대한 수사만 진행할 수밖에 없고, 군검찰 수사가 종결된 뒤 나머지 민간인들에 대해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게 될 것이다. 반쪽짜리 수사가 될 것이 자명하고, 그마저도 성공 가능성을 장담하기 힘들다"고 바라봤다.

박 부장은 "공소유지검사로서는 재판부에 국방조달절차와 무기성능 등을 쉽고 신속히 이해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런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될 경우 무죄 선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상급자가 기소된 경우 하급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번복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수사 담당 검사가 직관을 할 필요성이 매우 높고 현실에서도 대부분 사건에서 수사 검사가 직관하게 된다"며 "제가 알기로는 방위사업수사 때문에 정치검찰이라는 비판이 나온 적도 없다. 어떤 이유로 직접수사 범위에서 제외한 것인지, 결국 누구를 위한 조치인지 도대체 모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