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국회의원들을 '쪼개기 후원'한 혐의를 받고 있는 구현모 KT 대표가 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2.5.4/뉴스1

불법 정치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법정에서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김상일 부장판사는 4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구 대표 등 KT 전현직 임직원 10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구 대표 등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본인과 동료·가족·지인 명의로 국회의원 99명에게 회삿돈 4억3790만원을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 중 구 대표는 KT 경영지원기획 총괄부사장 시절 국회의원 후원회 13곳에 1400만원을 보낸 사실이 적발됐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개인이 국회의원 1명에게 합법적으로 줄 수 있는 후원금의 한도는 연간 500만원이다. 또 회사 등 법인·단체는 정치후원금을 낼 수 없다.

검찰은 이들이 KT 대관부서 'CR부문'으로부터 본인과 가족·지인 명의로 국회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받은 뒤 회사 비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 대표 등은 이날 법정에서 정치후원금을 송금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CR부문의 부탁을 받을 때 불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구 대표를 비롯한 4명도 공동 변호인을 통해 "회사로부터 정치자금 기부를 요청받고 금원을 송금했다는 사실관계는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본인 명의로 후원할 것을 부탁받았을 뿐 가족·지인 명의를 이용하라는 부탁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며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하기도 했다.

또 구 대표 측 변호인은 정치자금법이 "정치활동의 자유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 같아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재판부에) 신청하겠다"고도 밝혔다.

구 대표는 법원이 올해 1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 벌금 1000만원, 업무상횡령 사건에 벌금 500만원 약식명령을 내리자 모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불법 후원을 주도한 대관 담당 임원들은 구 대표 등과 별도로 기소돼 현재 1심 판결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검찰은 징역형을 구형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는 국회 후원금 살포와 베트남 공무원 대가 지급 사건 등 혐의로 KT에게 올해 2월 75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KT는 1999년부터 증권예탁증서 형태로 미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