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이틀째인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참모들과 대화하며 웃음 짓고 있다. 2022.5.11/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고발될 때마다 피의자로 입건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상당수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아직 '판사사찰 의혹' 사건이 남아 있다. 공수처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정치수사, 수사력 논란을 피해가기 힘들 전망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수사방해 의혹 △고발사주 의혹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 등 사건을 수사하면서 윤 대통령을 잇따라 입건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한 전 총리 수사방해 사건은 2011년 한 전 총리를 수사한 검찰이 재소자들을 사주해 한 전 총리에 불리한 증언을 끌어냈다는 의혹에서 출발한다. 윤 대통령은 2020년 진상규명을 위한 재소사 과정에서 한동수 당시 대검 감찰부장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고발됐다.

박범계 전 법무장관이 검찰의 증인 사주 의혹을 규명하라며 수사지휘권까지 발동했고, 대검은 대검 부장·고검장 확대회의를 거쳐 무혐의 처분했다.

의혹의 출발점이었던 증인 사주 의혹이 무혐의로 끝났기 때문에 윤 대통령에 대한 직권남용 혐의도 성립할 수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공수처는 수사에 착수한 지 250일 만인 지난 2월에서야 윤 대통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고발사주 의혹에서도 공수처는 사건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에 대해 수사 개시 후 약 8개월 만인 지난 4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틀 뒤에는 옵티머스 부실수사 의혹에 대해서도 "고발인의 막연한 추측 외 인정할 증거가 전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사건은 판사사찰 의혹이 마지막이다. 검찰총장 재직 당시 공판검사를 위한 참고자료 용으로 일선 재판부의 인적사항과 과거 판결 등을 정리한 것이 사찰이라는 의혹에서 출발한 사건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제기한 검찰총장 징계처분 취소 사건 재판 1심에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나와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갖게 되면서 공수처 수사는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수처의 선택지는 윤 대통령 임기 동안 시한부 기소중지를 하거나, 무혐의 처분을 하는 것으로 좁혀졌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기소중지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법원에서 징계 혐의로서 성립한다고 인정한 사건을 무혐의로 종결하는 것은 공수처의 정치중립, 수사력 논란을 키울 수 있다.

다만 기소중지도 쉬운 선택 지는 아니다. 이미 손준성 검사를 사찰 문건 작성 혐의로 입건했으나 6개월 간 수사 진척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수처가 향후 5년 임기 동안 대통령을 피의자로 묶어놓겠다고 한다면 또 다시 정치 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딜레마는 공수처가 자초한 면이 있다. 끊임없이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아왔기 때문이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당시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관용차로 불러 면담했다가 '황제조사'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수원지검 수사팀이 이 고검장을 기소하자 이 고검장의 공소장이 유출됐다는 이유로 수원지검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서도 보복수사라는 논란이 있었다.

윤 대통령이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시기를 전후해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여러 사건에서 피의자로 입건하면서 정치수사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특히 한 전 총리 사건 때에는 "공수처가 진작 각하할 사건을 입건했다"는 비판이 검찰 안팎에서 나왔오기도 했다. 게다가 최근 결론이 난 고발사주 사건에서 핵심 사안이었던 고발장 작성자조차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수사력 논란까지 다시 불거진 상황이다.

한편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피의자 신분을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를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권오수 회장 등을 조사한 결과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공모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 등이다. 다만 처분 시점을 두고 내부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져 공식 처분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