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에게 폭언을 일삼은 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을 고용한 대표가 유죄를 확정받았다. 센터장의 아동학대 사실을 알고도 해고 등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 했다는 판단이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아동복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인천 지역아동센터 대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04년부터 남편과 지역 공부방을 운영하다 2009년부터 정부 지원을 받는 지역아동센터로 공부방을 변경해 운영해왔다.

A씨는 2016년 면접을 통해 센터장 B씨를 채용했는데, B씨는 센터 아동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일삼아 아동학대로 신고 당했다.

구체적으로 B씨는 초등학생인 센터 아동들에게 "머리 떡 졌어. 기름 졌어"라거나 "글씨체가 이따위냐"라고 폭언했다. 미술대회 준비물을 안 챙겨온 학생에게는 "미쳤냐. 또라이냐"라고 했고 대회에 참가한 다른 학생에게는 "그림이 이게 뭐냐. 발로 그린 거냐, 손으로 그린 거냐. 구별이 안 된다"고도 했다.

B씨는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됐고 센터 대표인 A씨도 아동복지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은 B씨의 폭언을 정서적 학대행위로 인정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 아동학대 재범예방 강의 수강, 5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는 벌금 300만원과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A씨는 이 사건 센터의 실질적 운영자로 B씨의 아동학대 행위를 인식하였음에도 B씨를 해고하는 등 아동학대 행위를 막기 위한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A씨는 형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A씨는 "센터장인 B씨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가 없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의무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교육 방식으로 B씨와 싸운 적이 있었고, B씨의 교육 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도록 하려고 하기도 했다"며 "B씨의 아동학대 행위를 알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임에도 행위를 감시하거나 방지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양형 또한 지나치게 무거워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아동복지법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