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2.6/뉴스1

종합병원 인근에 있는 이른바 '문전약국' 약사들이 공동으로 안내도우미를 고용해 환자를 유인하는 등의 행위는 호객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조재연)는 12일 약사법위반혐의로 기소된 서울아산병원 문전약국을 운영하는 A씨 등 약사 9명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 등은 2017년 공동으로 도우미를 고용하고 도우미들이 병원 내에서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에게 접근해 "약국 지정하셨습니까, 약국 안내해 드릴까요" 등의 말을 걸며 미리 정해진 순번으로 약국을 안내하는 호객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약국을 이용하는 환자들에게 교통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차량을 운영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를 유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약사법에 따르면 약국 개설자는 경품을 제공하거나 소비자를 유치하기 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등 부당한 방법으로 소비자를 유인해서는 안된다.

1심은 이들의 행위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비교적 가벼운 경우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고 특정 사고 없이 유예 기간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하게 하는 제도다.

1심은 "불특정 다수인 환자의 약국 선택에 영향을 주는 행위이므로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호객행위를 한 것이지만, 실제로 안내도우미를 활용한 이후 병원 이용객들의 민원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선고를 미룬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호객행위로 인한 약사법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들이 기존 약국들 상호 간의 호객행위로 인한 분쟁이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공동도우미를 고용했고, 환자들 중 문전약국에 방문하고자 하는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순번대로 특정 약국을 안내한 것으로 환자들의 약국 선택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약사법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문전약국에 위치한 특정 약사회 소속 약국들이 기존 분쟁이나 갈등을 낮추려는 의도에서 공동도우미를 고용하게 된 경위를 감안하더라도,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접근해 자신들이 속한 순번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한 행위는 환자들의 약국 선택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일부 지역의 약국들이 영리 목적으로 담합하여 비지정환자들에게 자신들의 약국들로만 안내한 것으로 '공동 호객행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기존부터 호객행위 등 분쟁이나 민원이 빈번히 발생하던 서울아산병원 인근에서 문전약국을 운영하여 왔으므로, 자신들의 행위가 호객행위임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문전약국 약사들이 합의 하에 정한 나름의 기준에 따라 환자를 유인한 경우에도 약사법이 금지하는 호객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