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보았을 법한 다음과 같은 상황을 설정해 볼 수 있다.

거래업체 선정과 관련해 납품업체 대표 A와 B회사 임원 C간의 유착관계를 수사하는 검찰, A는 검찰에 소환되어 C와 친밀한 관계인지 여부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그저 대학 선배일 뿐이고 몇 번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전부라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다.

하지만 검찰은 조용히 A에게 문건 몇 가지를 제시한다. A가 C에게 보낸 이메일로 지난 저녁 잘 들어갔느냐며 이번 업체 선정시 편의를 봐줘서 고맙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이메일이다. 뿐만 아니다. B회사 내부정보에 대해 A와 C가 주고받은 이메일 내용까지 줄줄이 제시된다. A는 당황하고 모든 혐의를 순순히 자백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A는 수사기관이 어떻게 나와 C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압수·수색한 것인지, 그러는 동안 왜 나는 알지도 못한 것인지 궁금하다.

이메일 압수·수색시, 당사자 아닌 ‘인터넷서비스제공회사’에 영장 제시

수사기관이 증거물의 확보를 위하여 압수·수색을 행할 경우,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을 받을 자에게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에 한정하여 지방법원판사에게 영장의 발부를 청구하고 판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15조). 그리고 실제 압수·수색시 수사기관은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을 ‘처분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18조).

그렇기에 A의 사무실을 수색하여 사무실에 보관되어 있던 문건을 압수한 경우라면 수사기관이 A에게 영장을 제시하였어야해 A가 이를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이메일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압수·수색의 대상이 되는 이메일의 내용은 수신자나 발신자가 계정을 개설한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의 서버에 저장되는 방식으로 존재하고 있어, 인터넷서비스제공회사가 ‘처분받는 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압수·수색 처분을 받는 자와 압수의 대상이 되는 이메일의 수·발신자가 일치하지 않아, 영장은 A 아닌 인터넷서비스제공회사에게 제시되었던 것이고, 이에 A는 자신의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졌는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영장집행 전 피의자에 대한 ‘사전통지’ 규정, 단 ‘급속을 요하는 때’에는 예외

다만 형사소송법 제219조,제122조에 따라 수사기관은 영장집행 전 ‘미리’ ‘피의자’에게 집행일시와 장소를 통지해야 하므로, 이메일의 경우라 할지라도 자신의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루어짐을 사전에 알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예외가 있다. 형사소송법은 ‘당사자가 참여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명시한 때’ 또는 ‘급속을 요하는 때’는 사전통지를 생략할 수 있음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급속을 요하는 때’란 압수·수색 집행사실을 피의자에게 미리 통지하여 줄 경우 압수·수색의 대상이 된 증거를 인멸하거나 훼손하여 압수·수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되는 때를 의미한다.

앞서 본 사안에서, 수사기관은 A의 이메일에 대한 수사가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되었기에 사전통지를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이메일 삭제·수정, 탈퇴 등 우려

그런데 위 사전통지의 예외를 정한 형사소송법 규정에 대한 위헌소원이 제기된 바 있다.

청구인들은 피의자가 수·발신한 이메일에 대한 영장집행시 영장이 피의자에게 제시되지 않음에도 ‘급속을 요하는 때’에 해당할 경우 사전통지 까지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였다(헌법재판소 2012.12.27.자 2011헌바225결정).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이메일 내용이 서버에 저장된다 하여도, 피의자의 내용 수정이나 삭제 또는 탈퇴와 무관하게 서버에 항상 그대로 보존된다고 단정할 수 없고, 계정에서 탈퇴하거나 이메일 내용을 삭제ㆍ수정하게 되면 서버에 저장된 정보 역시 영구적으로 삭제되거나 수정된 최후의 내용만이 보존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즉 압수·수색 사실을 사전에 피의자에게 통지하는 경우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없애거나 변개하여 증거를 은닉ㆍ멸실시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의 경우에도 사전통지의 예외를 적용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 발견 및 범죄수사의 목적 달성이라는 공익을 고려해보았을 때 정당하다고 보았다.

이는 당사자에 대한 사전통지 없이 이루어진 카카오톡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며 압수·수색의 취소결정을 내린 판결과 대비된다(서울중앙지법 2016. 2. 18. 자 2015보6 결정, 이에 검찰은 재항고하였다).

당사자에 대한 ‘사후통지’ 입법화

그렇다고 하여 일체의 통지가 생략되는 것은 아니다. 2009 년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통해 이메일 압수수색이 이루어진 경우 기소 내지 불기소 등의 처분을 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당사자에게 이를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하는 규정이 신설되었다(통신비밀보호법 제9조의 3)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107조 제3항 은 전기통신에 관한 물건의 제출을 명하거나 압수한 때에는 발신인이나 수신인에게 그 취지를 통지하도록 규정하였다.

즉 사전통지의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라도, 압수수색 집행사실을 사후에는 통지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이메일은 수많은 수발신 내역 중 어느 것이 피의자의 범죄혐의와 관련된 것인지 ‘열어봐야’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보통의 증거물들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압수수색 절차와 관련된 다양한 이슈가 존재한다. 당초 형사소송법이 제정된 1954년에는 예상하지 못한 증거물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승리를 거두고 있는 시대에 법이 따라잡지 못하는 속도로 발전 중인 과학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증거물은 더욱 빠른 속도로 등장할 것이다. 이에 대한 수사기관과 법원의 접근방식과 해법이 궁금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