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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판례氏] '공공장소 벽화' 정부 철거·소각…"위자료 줘야"

[the L] "적법 절차없이 벽화 철거·소각…저작자 인격권 침해로 위법"

이 사건에서 실제로 문제가 됐던 벽화. /사진제공=대법원


화가가 공공장소에 그린 벽화를 정부가 철거하고 소각한 것은 화가의 일반적 인격권 침해로 위법하고 정부는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다.

 

공공장소의 벽화 불합리하게 철거와 소각


화가 A씨는 2007년 5월 도라산 역사에 폭 2.8m, 길이 100여m의 벽화를 제작하고 설치했다. 도라산역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철도의 역 가운데 하나로서 통일 염원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의미가 있는 장소다. 정부에서는 도라산 역에 벽화를 설치해 통일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A씨를 섭외해 벽화를 그리도록 했다. 공공장소의 벽화였으므로 그 벽화의 소유자는 정부였다.

그런데 정부는 약 3년 후인 2010년 2월 A씨가 그린 벽화의 교체를 추진하는 계획안을 만들었다. 같은 해 5월 벽화에 물을 뿌려 작게 절단한 후 벽체에서 분리해 벽화를 철거하고 나중에 소각까지 했다. 전반적으로 색상이 어둡고 이해하기 어려운데다 도라산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였다.


이를 알게 된 A씨는 정부의 행위가 부당하다며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벽화를 그렸다가 단기간 내에 철거와 소각을 당한 A씨는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까.


저작자의 인격권 침해에 해당하는 위법한 행위로 위자료 지급해야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A씨가 낸 소송에서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부당하게 이루어진 저작물(벽화)의 폐기 행위는 저작자(화가)의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봐 위자료 지급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은 "A씨가 벽화가 상당 기간 전시되고 보존되리라고 기대했을 것"이라며 "단기간에 이를 철거할 경우 예술창작자로서 갖는 명예감정 및 사회적 신용이나 명성 등이 침해될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A씨의 기대감을 무시한 채 벽화를 철거하고 소각한 행위는 위법하단 얘기다.


벽화 폐기 시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도 이유 중 하나다. 대법원은 저작물을 폐기한 행위가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요소로 △ 저작물의 종류와 성격 △ 저작물 이용 목적과 형태 △ 저작물 설치 장소의 개방성 △ 공공성의 정도 △ 국가가 이를 선정하여 설치하게 된 경위 △ 폐기의 이유 △ 폐기 결정에 이른 과정 △ 폐기 방법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벽화의 폐기 행위는 위법하다고 보고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그 벽화가 정부의 소유자임을 고려했을 때 아무리 소유자라 하더라도 저작물을 마음대로 파괴한 경우에는 저작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는 관련 유사한 사례에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은 특히 이 사건에서 국가가 저작권법에 명시된 특정한 권리가 아니라 A씨의 일반적인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봤다. 저작물을 부당하게 다루면 저작권법에 명시되지는 않더라도 그 행위의 내용에 따라 저작자의 일반적인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있단 것이다.


◇ 판결팁= 국가가 공공장소의 벽화를 폐기하는 행위를 불합리하게 행한 경우 그 미술품을 만든 사람의 인격권을 침해했으므로 저작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 저작물을 폐기한 행위가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요소로는 △ 저작물의 종류와 성격 △ 저작물 이용 목적과 형태 △ 저작물 설치 장소의 개방성 △ 공공성의 정도 △ 국가가 이를 선정하여 설치하게 된 경위 △ 폐기의 이유 △ 폐기 결정에 이른 과정 △ 폐기 방법 등을 들 수 있다. 불합리한 방법으로 저작물이 폐기됐다면 저작자는 폐기한 사람에게 위자료를 달라는 소송을 청구해 이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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