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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기자수첩] 아이 낳으라면서, 낳았더니 나 몰라라

[the L]

“와 정말 찾기 힘드네요. 제가 미혼모였으면 답답해서 지원 안 받고 만다고 할 것 같아요. 창구 일원화도 안 돼 있고 상담 연결도 너무 어렵고…”

미혼모 등 한부모 지원 정책을 알아보던 후배 기자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시작은 ‘베이비박스’였다. 베이비박스를 찾은 부모들의 사연은 수없이 다양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레 임신과 출산을 겪었다는 사정은 같았다. 이들은 왜 정부의 한부모 지원을 놔두고 베이비박스와 같은 민간단체를 찾아갔을까?

대답은 한결같았다. “몰라서 못 받았다.” 한부모 지원 정책을 찾기 시작하면서 이유를 알게 됐다. 관련 부처 홈페이지를 뒤져 꼭꼭 숨겨진 정보를 찾았지만, 도통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중위소득 60% 이하’가 대상이라는데, 그게 월 소득 얼마까지인지도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런 요건도 지원 내용마다 제각각이었다. 후배에게 손을 빌려달라고 SOS를 친 이유다.

후배는 한부모 상담 전화를 통해 알아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도무지 연결이 안 됐다. 이틀 만에 이뤄진 통화에서 임신 초기라고 둘러대고 양육비와 주거 문제에 대해 질문했다. 상대방은 “지금은 필요없는 얘기”라며 말을 돌렸다. 다시 물어봐도 “아직 멀었지 않느냐”며 알려주지 않았다.

미혼모 중에도 어렵게 한부모 지원 정책을 찾은 이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가 임신 후 연락을 끊은 그들의 부모에게 재산이 있다거나, 4대 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 등으로 지원을 거부당했다. 결국 정부에서도 도움을 못 받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는 곳이 베이비박스다. 그곳 외엔 누구도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았다. 이들에게 정부는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정부가 내년 저출산 예산으로 24조원을 편성했다. 지난 12년간 저출산 정책에 들인 돈만 122조원이 넘는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이들을 윽박지르고 돈으로 꾀는 대신 이미 뱃속 아이를 가진 이들이 선뜻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돕는 게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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