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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대법원장'이라 불리지 못하는 '대법원장'

[the L 레터] 땅에 떨어진 대법원장 신뢰, 침묵할 때 아냐


김명수 대법원장./ 사진=뉴스1

요즘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석에서 '외롭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얼마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들과 저녁을 함께 할 땐 "고법 부장의 동지애로 믿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사법부 수장이 리더십도, 미래를 향한 비전도 아닌 과거의 동지애에 기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지금 법원에서 김 대법원장의 신뢰도는 거의 바닥 수준이다. 고법 부장 이상 되는 원로법관들은 이미 상당수가 김 대법원장에게서 등을 돌렸다고한다. 지법 부장 이하 중견·청년 판사들 중에서도 '김 대법원장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심지어 김 대법원장을 '대법원장님'이라고 부르지 않는 판사들까지 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법원에서 그동안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어떨까. 지난 19일 전국법관회의 판사들과 김 대법원장의 만찬 자리가 있었다. 미리 참석 여부를 조사했더니 구성원 중 3분의 1이 김 대법원장과의 만찬을 거절했다. 공무원 사회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기관 최고책임자가 제안한 만찬 자리에 빠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알 것이다.

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의 '보신주의'가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법원이 직면한 위기를 앞장서서 해결하기는커녕 여기저기 눈치만 보고 있으니 아무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국법관회의에서 법관탄핵을 건의한 것을 두고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 탄핵이 아니라면 사법부가 어떻게 자정을 할 것이냐 등 논란이 뜨겁지만 김 대법원장은 아무런 입장이 없다. 취임 이후 줄곧 그랬다. '판사 블랙리스트' 조사부터 검찰 수사까지 수많은 현안 앞에서 좌고우면하는 모습으로 일관해왔다. 

김 대법원장이 머뭇거리는 사이 검찰과 국회가 틈을 비집고 들어왔다. 검찰은 재판이 거래대상으로 전락했다며 판사들을 연일 조사실로 불러들인다. 국회에선 대통령도 탄핵했는데 판사라고 못할 게 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처음 '사법행정권 남용'으로 불렸던 이 사건은 어느새 '사법농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런 헌정 사상 초유의 사법부 위기 속에 김 대법원장이 앞장서 한 것은 3000억원짜리 스마트법원 사업을 밀어부치겠다고 한 것 정도다.

최근엔 사법개혁의 의지마저 의심받고 있다. '셀프개혁' 비판을 피하겠다며 법원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대법원장 직속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이하 추진단)을 만들어 사법행정 개혁안 마련을 맡긴 터다. 그런데 이 추진단이 만든 개혁안을 놓고 다음달 3일 토론회을 열어 다시 법원 내부 의견을 듣겠다며 법안 제출을 미뤘다. 

문제는 올해 정기국회가 다음달 9일 종료된다는 점이다. 다음달 3일 토론회를 거친 뒤 토론 내용을 반영한 법안을 법무부 등을 통해 국회에 제출할 경우 연내 처리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올해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입법을 추진하겠다"던 김 대법원장의 약속이 무색해진다. 추진단장이었던 변호사는 "왜 이제야 다시, 그것도 원점과 비슷한 상태에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김 대법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법원 내에선 지금의 위기를 두고 크게 두 가지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한 쪽은 지난하고 고통스럽더라도 헌법질서를 위해 사법부 스스로 추스려야 한다고 하고, 반대편에선 외부의 힘을 빌리더라도 한시라도 빨리 모든 의혹을 규명하고 털어내야 한다고 맞선다. 

사법부 수장인 김 대법원장의 생각은 뭘까? 취임 1년이 넘었다. 이젠 김 대법원장이 직접 답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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