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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전문가 진중권·정우성, 한번쯤 새겨봐야 할 영화[유동주의 PPL]

진중권 전 교수님, 정우성 배우님 "유럽 난민 문제 좀 아세요?"

편집자주People Politics Law..'국민'이 원하는 건 좋은 '정치'와 바른 '법'일 겁니다. 정치권·법조계에 'PPL'처럼 스며들 이야기를 전합니다.
난민들을 위해 "우리 집이라도 셰어하겠다"는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선정될 정도로 난민문제에 천착하는 듯한 배우 정우성에게 권하고 싶은 영화 두 편이 있다.

'보그만(2013)'과 '더 스퀘어(2017)'다. '보그만'은 네덜란드 영화로는 38년만에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황금종려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됐었다. '더 스퀘어'는 스웨던 영화로 제70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둘 다 작품성은 인정받은 셈이다. 영화 애호가일듯한 그들이 이미 봤을법한 영화이기도 하다.



'보그만'은 노숙자 혹은 난민문제에 관한 우화다. 교외에 사는 중산층의 저택에 노숙자 보그만이 거지꼴로 나타나 목욕을 하게 해달라고 한다. 남편은 쫓아내지만 미안함과 동정심을 느낀 아내는 남편 몰래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게 한다. 보그만은 이 집에 눌러 살 계획으로 정원사를 죽이고 말끔한 외모로 변신한 뒤 나타나 새 정원사로 고용된다. 정원사로 변신한 보그만은 곧 노숙자로 떠돌던 자신이 이끌던 무리들을 하나 둘 집안에 끌어들여 같이 산다. 비밀 사교 집단 우두머리였던 보그만은 아내와 아이들을 세뇌시켜, 아내가 남편을 죽여달라고 애원하게 만든 뒤 남편을 살해하고 이어 아내를 취한 뒤 독살한다. 평화롭게 살던 가정 하나를 박살낸 보그만 일행은 또 다른 목표물을 찾아 떠난다.


'더 스퀘어'는 스톡홀름 미술관 큐레이터인 주인공 크리스티안이 역 광장에서 이민자들 일당에 사기성 소매치기를 당한 뒤 겪는 일화다. 지식인의 위선을 꼬집는 블랙코미디다. 하류층이나 이민자들과 일상에서 만날 일이 없던 주인공이 그들과 엮인 뒤 속물근성과 차별의식 그리고 위선을 드러내보인다. 크리스티안은 공적으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성과 인종에 대한 차별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 주의자다. 부유한 진보주의자이자 유명 큐레이터인 그가 자신이 직접 겪는 이민자 문제에선 자신의 본성을 깨닫는다. 주인공 주변 상류사회 지식인들의 이중성도 꼬집는 영화다.

'보그만'과 '더 스퀘어'가 왜 유럽에서 만들어졌고, 이 작품들의 문제의식이 왜 나왔는지를 진 전 교수와 정 배우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럽은 이미 우리에 앞서 난민·이민자 문제를 실존적 딜레마로 경험했다.






'난민'문제 실패 경험한 유럽 "우린 실패했다 따라하지 마"


(파리로이터=뉴스1) 서한샘 기자 = 29일(현지시간) 프랑스 이민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이민자의 생활환경 개선과 터전을 요구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 보주 광장에 대규모 텐트촌을 조성했다. ? 로이터=뉴스1


어느 나라에서나 배운 이들이 'PC'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당위'를 세뇌당하듯 학교에서 읽고 들어서 뇌 속에 각인돼 있기 때문이다. 그들 중 일부는 '소설 상록수'의 동혁과 영신처럼 '브나로드'를 외치며 민중을 깨우치고 싶어한다. 그중 다수는 주변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마음에도 없는 PC 흉내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다문화·이민·난민' 문제에 있어선 좀 더 신중했으면 한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까지 함부로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야말로 '지성인'이라면 가장 경계해야할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나고 자란 PC들은 다문화·이민·난민 문제에 대해 제대로 알기 어렵다. 우리가 성장한 한국은 그런 인종·문화의 용광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은 이미 진통을 겪고 반(反)난민 정서가 강해 극우세력이 득세한지도 꽤 됐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우리 사회가 논의조차 해보지 못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사회가 겪는 시행착오를 우리 모두 제3자적 시선으로 관찰 정도 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난민문제에 자신있게 말하는 진 전 교수와 정 배우를 보면 '지적 자신감'과 '도덕적 우월감'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배우 정우성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정우성은 그간 만난 이들의 이야기와 난민 문제에 대한 생각을 책으로 엮은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출간했다. 2019.6.20/뉴스1

하지만 그들이 난민문제를 포함한 인종·종교 갈등이라는 거대한 주제에 대해 깊이 고민한 뒤에, 나름의 진정성 있는 깨달음과 확신으로 우리 사회를 위해 충고하는 것일까하는 회의적 의문이 들기도 한다.

다문화 1호 국회의원 '이자스민'은 난민법·외국인근로자고용법·다문화가족지원법 개정안 등 다문화 비례 대표성을 위해 열심히 만든 법안을 발의할 때마다 1만개가 넘는 반대댓글과 악플에 시달렸다.

이게 한국인의 뜻이다. 평소 여야로 갈려 싸우던 악플러들도 다문화 문제에선 '대동단결'한다. 그만큼 일반 대중의 감정은 '다문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방증이다.

지나친 포퓰리즘도 문제지만, 국민 뜻을 거스르는 정치 또한 옳지 않다. 한비자(韓非子)는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말라 했다. 가장 무서운 역린은 국민의 뜻, 민심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순자(荀子) 역시, "임금은 배이며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엎어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난민 수용을 반대하고 불법체류자는 추방해야합니다"라고 당당히 외치는 정치·법조·언론인은 왜 보기 힘든 건가. 무식한 시민들을 계몽시켜 '인권친화적' 서유럽형 선진 시민의식을 갖도록 해야겠다는 사명감인가. 그렇다면 지나친 '오만'이다.

혹시라도 자신을 '반인권적 인종차별자'로 여길 것을 걱정해 '속내'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이라면 안타까운 비겁함이다. 불법체류자 수용문제는 '인종차별' 이슈에 관한 논술이나 탁상토론 주제처럼 찬반에 폼나게 손만 들면 되는 게 아니다. 냉정하게 결정해야 할 현실의 '딜레마'고 꼭 풀어야 할 '숙제'다.

비극은 지식인이나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중의 감정과 생각을 '비난' 혹은 '비판'하며 자신들의 'PC'를 강요하고 가르치려 든다는 점이다.

'이슬람 사원' 괴담이 대중들에게 꽤 먹히는 이유도 이런 간극에서 비롯된다. 지식의 '차이'가 아니라 입장의 '차이'인데 배웠다는 지식인들은 사원 건립이나 할랄시설을 반대하는 대중의 감정을 이해 못하고 '지식이 모자라다'고 탓한다. 가끔은 '전가의 보도' 식으로 다문화에 반대하는 이들을 '나치'나 '극우주의자'로 몰아붙여 입을 막는다. 욱일기·전범기로 먹고사는 어떤 교수가 '친일'딱지로 자신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허가반대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14일 대구시청 본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대현동에 건립 예정인 이슬람사원 건축허가를 취소할 것을 대구시와 북구청에 촉구했다. 이슬람사원은 북구청의 건축 허가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으나 일부 주민과 단체의 반대가 심해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2021.4.14/뉴스1


보수·진보 다를 게 없던 역대 정부 주도 '다문화', 강요된 '이민·난민 정책'


'난민을 받고 불법체류자를 안아야만 선진국이 된다'고 믿는 '패션인권'주의자들이 곳곳에 있다. 천부인권 혹은 보편적 인권에 대한 얕은 지식,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에 난민과 불법체류자 유입에 따른 부작용엔 입을 닫는다.

유럽이 난민문제로, 불법체류자들로 사회질서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무너졌다는 현실을 외면하면 안 된다. 테러공포로 지하철역 등 공공장소 경비가 삼엄한 유럽 상황을 보고도 못 본 척 해선 안 된다. 일본이 난민 이슈에 대해선 '해외 원조'를 위한 돈으로 해결하고, 국경 문을 굳게 닫고 불법체류를 강력하게 단속해 사회안정을 추구하는 이유도 한번 고민해봐야 한다.

다문화·이민·난민 정책이 보수·진보 정권 교체 여부와 관련없이 지속적으로 정부 주도로 추진돼 온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다문화 관련 입법은 모두 '여당'의원에 의해 발의됐다. 보수·진보 세력이 서로 정권교체를 두어번 했지만 정부여당의 입장은 항상 '친다문화', '친이민'이었다는 것이다. 이념의 내용상으론 진보정권이 더 적극적이고 보수정권은 반대일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선 특이하게도 전혀 그렇지 않았다.

보수·진보 정권 모두 관련 부처 협의와 여론 수렴 등 복잡한 정부입법 절차를 생략하고 여당의원을 통해 '청부 의원입법'으로 쉽게 다문화 정책을 추진해왔다. 국민 일반 대중의 뜻을 수렴하는 절차는 생략됐다. 공청회라도 열었다면 다문화 관련 입법은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최근 국적법 사태가 그 증거다.

(태안=뉴스1) = 중국인 밀입국자의 국내 이동(충남 태안→전남 목포 등지)을 도운 불법체류 중국인이 지난 28일 해경에 의해 붙잡힌 모습. 태안해경은 지난 21일 소형 보트를 타고 온 밀입국자 8명 중 3명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31일 설명했다. (태안해경 제공) 2020.5.31/뉴스1


특히 보수 정당이 다문화 관련 법안을 진보 정당보다 더 많이 낸 것도 미국·유럽과 다른 우리나라만의 특징이다. 친기업 성향의 보수 정당이 부작용은 외면하고 기업과 고용주 입장에서의 '싼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만 접근한 까닭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친경제·친시장에 가치를 둔 언론이라면 더욱 다문화를 별 고민없이 '당위'로 알고 독자·시청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비판적 검토나 반성이 전혀 없다. 다문화에 반대하면 '혐오'라며 '죄인'마냥 몰아 세운다. 언론인 중에 PC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보도를 통해 다문화를 강요하던 언론인들도 과연 올바른 '올바름'이었는지 고민이나 해봤을까.

다문화 비례대표 이자스민 전 의원이 보수 정당에서 유일하게 배출됐었다는 점은 한국의 특이한 상황을 증명한다. 미국·유럽의 트럼프나 르펜 등 보수 우파 정치인들은 '반(反)다문화'를 내거는데 우리 보수 우파들은 그렇게 하지 않거나 못한다.

난민·이민자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는 배경에 오히려 '지배와 착취'구조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는 없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동일 국적·인종의 집단화가 일부 지역을 고립시키고 슬럼화·게토화시키는 건 아닌지도 살펴 봐야한다. 수도권 일부 지역은 범죄 영화 소재로 쓰일 정도로 이미 게토화됐고, 지방으로도 그런 게토가 확대되고 있다.

= 경기남부 지역에 연이어 외국인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8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다문화거리에 외국인들이 길을 거닐고 있다. 정부는 재작년부터 경찰의 인력난 해소를 위해 충원계획을 밝혔지만 여전히 외국인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2015.4.8/뉴스1


대중의 ' 반(反)다문화' 감정…언제까지 모른 척 방치할건가, 언제까지 가르치려 들건가



이슬람 사원 괴담, 예멘 난민 사태에 이어 이번 난민 논쟁은 '정부 주도' 다문화 정책이 사실상 효력을 다했다는 신호다. 다문화 정책 추진에 앞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국민 대중의 '반(反)다문화' 감정을 더 이상 모른 척 하고 일부의 그릇된 생각인 것처럼 방치할 순 없다. 국민 다수가 반대하면 그 반대를 인정해야 한다. '너희들이 못 배우고 무식해서 그런다'는 식의 태도야말로 안일한 PC들의 한계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코로나 직전 기준으로 252만명이었다.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의 약 5%에 육박한다. 충남 인구 212만명(광역자치단체 중 인구수 8위)보다 많고 경상북도 인구수 267만명(인구수 7위)에 근접했다. 광역단체 한 지역 정도는 외국인만으로도 채울 수 있단 얘기다.

정부 주도의 일방통행만 계속된다면 사회적 갈등이 축적돼 더 크게 폭발할 수 있다. 미국·유럽의 극우 부흥과 신나치즘은 중동·아프리카·중남미 이주민·난민 유입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 난민대책국민행동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앞에서 불법체류자 추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8.10.14/뉴스1
= 법무부가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중 330명에게 인도적 체류허가를 내린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난민대책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정부의 예멘인 난민심사 결정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럽 특히 북유럽을 선진사회의 롤모델인양 아직도 부르짖는 이들은 그 곳에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이민·난민 급증에 따른 사회 갈등으로 개방정책을 포기했다는 것에 대해 눈과 귀를 닫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인정해야 한다. 이민자에 대한 테러와 이민 집단지역의 슬럼화로 인한 치안 붕괴로 이미 그곳은 예전의 그 선진국이 아니다.

혹시라도 올해 7월부턴 유엔기구도 인정한 자타공인 '선진국'이 되었으니 앞선 그들이 '이민·난민'문제로 겪은 사회적 혼란과 비용지출을 따라가겠다는 것은 아니길 바란다.

현재 시점에서 한국만큼 밤거리가 안전하고 사회질서가 잘 유지되는 나라는 비교할 만한 곳조차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들기까지 광복과 전쟁 후 수십년 우리 부모들과 앞선 세대들이 고생해 쌓은 우리 사회의 유무형 안전 자산을 헛된 PC와 자만심 그리고 도덕적 허영으로 무너트릴 이유는 없다.

우리나라에선 난민과 이민 정책 모두를 아우르는 용어조차 제대로 정리가 안 돼 있다. '다문화'란 표현이 정부 주도로 쓰이곤 있지만 합의된 바 없다. '이민자정책', '이주민대책' 등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관련 법률도 재한외국인처우법, 난민법, 국적법 등에 산재돼 있다.

법무부가 불법체류자들의 재입국을 쉽게 하거나 국적법을 완화해주려는 정책에 국민들은 찬성한 바 없다. 불법체류자가 없으면 못 짓는 아파트라면 지을 필요 없다. 한국인 건설근로자가 충분한 처우를 받고 일할 수 있는 건설 현장을 만들면 된다.

이번 난민 논쟁을 계기로 우리와 다른 지역 다른 문화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 대한 장벽을 낮출지 높일지 등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 전까지는 진 전 교수와 정 배우도 대중의 목소리를 경청해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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