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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승엽의 두산, 이원석의 검찰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이승엽 두산베어스 감독이 19일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선수단과 첫 상견례를 하고 있다. /뉴스1=두산베어즈 제공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 이승엽이 두산 베어스 옷을 입었다. 선수가 아닌 감독의 유니폼이다. 팬들 사이에선 말이 많다. 아쉬움과 격려, 우려와 기대가 엇갈린다.

가을야구의 한복판에서 터진 초대형 이야깃거리를 서초동 법조 기자실의 야구팬들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베어스 원년 팬을 자처하는 한 지인은 씁쓸하다고 했다. 무너져가는 왕조의 재건을 왕년의 라이벌 스타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자조랄까. 또 다른 이는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전임 김태형 감독에 대한 미련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특단의 조치라는 건 늘 그렇다. 좌완 강속구 투수만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하나. 부활을 위해선 땔감나무 위에 자면서 쓸개를 먹어야 한다. 끝끝내 '해태 팬'이라고 고집하는 입장에서 보기엔 더 그렇다.

선수단에 맞춘 시야를 좀더 넓히면 야구는 투수놀음을 넘어 감독놀음으로 불린다. 감독의 역할이, 영향력이 가장 큰 스포츠다. 어떤 선수로 라인업을 짜 어느 시점에 교체 선수를 투입하고 언제 어떻게 작전을 지시하고 바꾸느냐가 모두 감독의 몫이다.

팀이 승리할 때마다 '아무개 감독 ○○승'이라고 숫자를 매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수에겐 홈런 몇 개, 삼진 몇 개라고 하지 몇 승이라고 하지 않는다. (투수는 예외다.) 모두가 감독의 리더십이라는 얘기다. 선수를 어떻게 얼마만큼 부리느냐, 권한과 책임이 온전히 감독에게 있다. 감독의 무게다.

가을야구의 문턱에서 새 출발을 하는 이승엽을 보면서 이원석 총장 체제가 시작한 지 34일을 맞은 검찰을 생각하게 된다. 건국 이래 검찰이 이만큼 주목받는 때가 있을까 싶은 요즘이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입법권을 거머쥔 채 여전히 공공연하게 '1순위 개혁대상'으로 검찰을 말하는 거야(巨野) 덕이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검찰을 떠난 검사가 110명으로 연간 기준 역대 최다였던 2019년 112명에 육박하는 게 지금의 야당 주도로 지난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사기 저하와 무관치 않다. 법관으로 이직한 현직 검사가 역대 최다인 18명인 것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이후다. 얼마 전 "검찰이 깡패 잡겠다면서 설치는 나라는 없다"는 말이 야당 한 국회의원에게서 나왔다.

'외풍'과 '엑소더스'로 속앓이를 하는 검찰의 최근 모습에선 2020년 주력선수가 대거 포함된 FA(자유계약선수) 명단을 받아들었던 두산베어스의 모습이 겹친다. 당시 핵심 7명 중 4명이 이적하거나 은퇴했다. 그 결과가 베어스의 오늘이다.

두산은 한때 핵심 선수가 떠나도 새로운 선수를 만들어내는 특유의 '화수분 야구'로 이름을 날렸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정상에 4번이나 섰던 2010년대의 얘기다. 지금 검찰에서 화수분의 시작은 다시 '감독'의 손에 달릴 수밖에 없다. 리빌딩과 세대교체, 스타 배출 모두 그렇다.

이원석 총장은 임명 직후 대검 직원들에게 강연하면서 추사 김정희가 제주 유배 시절 한겨울 송백의 정신을 읊으며 그린 서화 '세한도'를 보여줬다고 한다. 어느 때보다 힘겨운, 누구보다 어려울, 이원석의 시간이 시작됐다.

이원석 검찰총장(앞줄 왼쪽 다섯 번째)이 지난 4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법관 임용 예정 검사 18명과 오찬을 위해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대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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