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곡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가 지난 4월19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공동사진취재

남편을 계곡에 빠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와 내연남 조현수에 대해 법원이 27일 1심 선고를 내린다. 인천지법 형사15부는 이날 오후 2시 살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와 조현수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두 사람의 혐의가 직접 살인으로 인정될 경우 중형이 예상된다. 검찰은 지난 9월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은해와 조현수에 대해 "피해자의 생명을 보험금 8억원과 맞바꾸기 위한 끈질긴 시도 끝에 피해자를 살해해 극단적인 생명 경시 풍조를 드러냈다"며 각각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당초 검찰은 '직접 살인'(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했다. 작위란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경우를 말한다. 하지만 재판부가 심리 과정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하지 않고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한 이유가 있는지' 등을 물으면서 공소장 변경 검토를 요청했고 검찰은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공소장에 추가했다.

검찰은 살인죄 유형을 '비난 동기 살인'으로 분류했다. 이는 재산적 탐욕에 기인한 살인이나 보복 목적의 살인 등 범행 동기에 비난할 사유가 있는 범행을 뜻한다. 이 경우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권고형량은 15~20년이다. 계획적 살해나 취약 피해자 대상 범죄일 경우 가중처벌로 징역 18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 선고도 가능하다.

경기 가평 '계곡 사망'사건 당시 피해자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조현수와 공범이 피해자A씨가 타고 있는 튜브를 강제로 흔들며 괴롭히는 모습이 담겼다. 왼쪽 동그라미 안 인물은 조현수. /뉴스1=채널A 방송 화면 갈무리

다만 법원이 다이빙 후 물에 빠진 피해자를 구조하지 않은 부작위 살인으로 판단하면 형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이번 선고로 심리 지배를 뜻하는 '가스라이팅'과 관련한 새로운 법리가 만들어질지도 주목된다. 법원이 이은해 등의 범행을 '직접 살인'으로 판단하면 '심리 지배를 통한 살해도 직접 살해에 해당한다'는 첫 판례가 된다.

이은해는 최후진술에서 울먹이며 "못난 과거와 행실로 비난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하루하루가 지옥같고 제 자신도 원망스럽다", "피해자를 죽여 보험금을 탈 계획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현수도 "살아오면서 잘못한 것도 많지만 공소장에 나온 사실처럼 보험금 때문에 피해자를 죽이려 계획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24분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수영을 못하는 이은해의 남편 윤모씨에게 다이빙을 강요해 물에 빠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